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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정



미국 메릴랜드 주 실버 스프링 지역에 자주 들르던 베이커리가 있다. 

세련된 가게가 아니다. 


간판도 오래되고, 케이크나 과자의 디스플레이도 영 촌스럽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집에 들어서면 행복한 느낌과 소박하고 깊은 느낌이 전달된다. 


사실 가게 주인네 가족은 어느 한 사람 친절하지도 않고,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무뚝뚝한 표정이다. 


그러나 가족손님이 이 가게에 들어설 때, 아이들의 눈빛은 반짝이며 무엇을 고를까 호기심과 기대감이 가득하다. 


소박한 옷차림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맛있는 과자를 사준다는 즐거움에서인지 한껏 자랑스러운 표정이다. 


나는 그 표정들이 너무 귀해 보여서 이 동네에 갈 때마다 기대감을 가지고 꼭 들렀다. 


일부러 가게 안에서 느릿느릿 과자를 고르며, 가족들이 들어올 때의 표정을 관찰하고 혼자 행복해 한다.


몇 주 전 다시 이 집을 찾아, 조그만 과자 하나를 사면서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한국에 사는데, 2년 전에 자주 왔었다. 너희 집이 너무 좋아서 다시 들렀다.” 

주인이 힐끗 쳐다보면서, “그래?” 하곤 대화가 끝이다. 


감히 손님이 칭찬을 하는데, 흠…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머쓱해진 나는 서둘러 계산을 하고 나왔다.

 지난 주, 다시 들르게 되었다. 


이번엔 다른 가족 멤버 한명에게 말을 걸었다.


 “난 당신 집 애플 파이 좋아한다” 


그랬더니 “우리 집은 65년 동안 한 가족이 계속 이 가게를 운영했다”고 말했다. 

난 신이 나서 “그래? 당신들은 어디에서 왔는데?” 그녀는 “펜실베이니아” 하고는 대화를 또 끊었다. 


이 집 가족들은 어떻게 친절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가.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무뚝뚝함에 기분이 상하지 않고 더 애정이 생겼다. 

상대방에게 억지로 친절하려고 하지도 않고, 자기 자신의 일만을 성실하게 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보아서이다.


베이커리.JPG


특별히 장인정신이나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하지 않은 이 가게가 행복을 전해주는 이유는, 넉넉한 크기와 솔직한 재료의 맛이 주는 그 무엇, 그리고 성실한 태도로 한 자리를 지킨 것으로 인해서이다. 


동네의 많은 부모들은, 그들이 어렸을 때 역시 부모의 손을 잡고, 이 가게의 문을 들어섰으리라. 


겨울날, 달콤하고 따뜻한 냄새가 나는 조그만 공간에 행복한 발을 들여놓았을 것이고, 그들의 그런 추억이 이제 부모가 되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들어설 때, (내가 얼핏 본) 부모로서의 자랑스러운 표정을 만들었을지 모른다.


‘몸은 한 지체 뿐 아니라 여럿이니’라는 말씀에서와 같이, 우리 삶의 모습은 다양하다. 

최근 올림픽에서 보는 ‘드라마’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노력할 때 자신의 이야기가 귀해지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천천히 한 가지에 성실할 때 자기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사람도 있다. 


이 가게의 사람들은 친절하게 말을 걸려는 손님에게도 답을 아끼는 무뚝뚝한 사람들이지만, 케이크나 파이를 오래전 방식대로 넉넉하게 만들면서 천천히 성실하게 그들의 65년 생계를 이어왔다.

 

비즈니스를 위한 친절은 그들에게 존재하지도 않았을 듯하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그 가게의 문턱을 넘는 많은 가족들에게(내가 그들의 미소를 보기 위해 매번 들르고 싶을 만큼) 행복한 순간을 65년 동안이나 선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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