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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현순호 목사
<S.V 노인선교회 회장>

 

 

혈연으로 치면 내 몸에서 태어난 자녀가 우선이고 3대인 손자 손녀는 그 다음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다.


많은 일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자기 몸을 지탱하기도 힘든 나이에 그 힘든 애를 돌보고 저녁 식사 준비까지 해놓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지만 내일  다시 그 일을 할수있는 마음과 에너지는 어디서 나올까?


 눈이 터벅해서 운전하기가 불안하지만 애들이 있는 곳에 갈 때는 신나게 달리고,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다 못해 옆에서 큰 소리로 말을 해야 들을수 있지 만 자던 애가 깨어나 울면 그 소리는 놓치지 않고 들을수 있다.


남들과 말 할 때는 생각과 나오는 말이 억박자가 되기 일수이지만 애들과 말 할 때는 술 술 물 흐르듯 나온다.
관절 통으로 뼈 마디가 아프지만 날마다 무거워지는 애를 안고 같이 걷고 뛰기도 하고 뒹굴고 손벽치며 노래하고 춤추고 광대노릇하며 애들을 웃기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더 재미 있는 일은 오줌 똥을 쌀 때는 지리고 구린내가 날것 같은데 오히려 그 냄새가 역겹지  않으니 너무도 웃기는 일이다.


자기를 위해서는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만 애들에게는 나이에 맞는 책이나 성경이야기를 읽어주며 잠을 재우는 일은 누구도 못 말린다.


 그외에도 할일이  많다. 그런 힘든 일을 기쁜 마음으로 할수 있는 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꼭 이유를 대라고 하면  목숨을 걸고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손자 손녀에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돈 받는 것도 아니고 칭찬하는 사람도 없지만 무엇이나 다 주고싶은 끝없는 부모의 사랑이 그 후손으로 연장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녀들은 이른 아침부터 어린 애들을 떼어 놓고 미안한 마음으로 직장으로 달리지만 부모가 애들을 봐주면 마음놓고 일 할 수 있다.
젊어서 열심히 일해서   자신의 노년도 준비하지만 애들의 장래를 준비한다고 생각하면 삼대가 같이 협력하는 것이 신나는 일이 아닌가!


다른  동물들은 자기 새끼들을 목숨을 걸고 사랑 하지만 그 기간은 한정되어있다.
새끼들이 스스로 살만 하면 그 때부터는 옆에 오지도 못하게 하고 쫓아버리고 어떤 책임도 지지않는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2대 3대 계속해서 사랑과 희생 그리고 책임이 이어진다.
내가 아는 L이라는 여인은 불행한 가정에서  태어나 공부도 제대로 못했으나 얼굴이 예쁘다는 것 하나로 잘 사는 집에 시집을 갔다.


그러나 바람 둥이 남편에게서 쫓거나 어린 딸을 데리고 친정집으로 왔으나 다른 형제들의 눈총이 싫어서 눈물을 먹음고 그 딸을 고아원으로  보냈다. 
미군부대 근처에서 가정부로 일하다가 착한 미군병사를 만나 결혼하고 미국에 와서 잘 살고 있으나 자나 깨나 버린 딸을 잊을수가 없어 남편과 의논해서 오래동안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그 딸을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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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딸이 양녀로 미국에 와서 공부하고 좋은 남편을 만나 잘 사는 것을 알고는 그 딸에게 용서를 구하고 옆으로 이사와서 외 손자 손녀 셋을  정성껏 돌봐준다.
그 딸에게 진 빚을 갚는 것이다.


사실 대 부분의 이민자들은 이민 초기에 자녀들을 제대로 돌 보지 못했다.
새 땅에 정착하느라 먹는 것과 자는 시간을 아끼면서 자리를 잡고나니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으나 너무도 늦었다.


이제는 그자녀의 자녀를 돌 봐 주면서 미안한  마음을 다소 갚고싶다.
더불어  노인들에게는 얻는 것이 많다.


즉 늙으면 이런 저런 이유로 가까히 하는 사람이 없어지는데  손자 손녀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너무도 좋아하고 만나면 끌어안고 뽀뽀를 한다.
어디에 그런 환영이 있으랴!


내 자녀들도 중간지점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고 더욱 부모에게 섭섭했던 일이 있었다 해도 봄날에 눈 녹듯이 사라지는 기회도 된다.


 아침 일찍 창문을 열자 신선한 바람과 합께  사방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합창소리는 잠자던 영혼을 깨운다.


우리 부부에게는 오늘도 한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또 전할 일을 생각하면서 행복에 젖는다.
천사 같은 손자 손녀들이  우리를 기다리니까!
나를 필요로 하는 데가 있으니 새힘이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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