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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핀 김 교수


한국인 크리스천 엄마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가상의 상황(Hypothetical Situation)을 이야기하며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했다.

자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토요일 오전 11시, 주일 오전 11시, 둘 중에 한 번 볼 수 있다. 
단 주일에 시험 보는 학생들은 토요일에 시험 보는 학생들보다 평균 50점이 더 높다. 

50점을 손해보더라도 거룩한 주일을 지킬 수 있도록 반드시 토요일에 시험 볼 것을 권면할 것인가? 

주일 예배를 빠져서라도 50점을 꼭 챙기라고 권할 것인가? 

당신은 크리스천 학부모로서 어떤 날을 선택할 것인가?

옛날 청교도 신자들은 일요일이면 요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식일에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를 위해 토요일 밤, 쉽게 상하지 않는 콩을 삶아 다음날 식단을 미리 준비했다. 

그래서 청교도 신자들이 살았던 미국의 보스턴은 오늘날도 ‘Bean Town’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토요일 밤만 되면 콩 냄새가 온 도시를 덮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식일을 철저히 지켜 왔다.

그렇다면 설문조사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한국의 크리스천 엄마들의 대다수는 토요일이 아닌 일요일을 택했다. 

추가 50점을 선택한 것이다. 

그 이유가 더 충격적이다. 

엄마들 대다수는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라고 쉽게 말했다. 
자기의 선택을 정당화시켰다. 

“우리는 원래 일요일뿐 아니라 주중 매일 하나님을 예배하는데, 일요일 한 번 건너뛰어도 괜찮아요. 그 주에는 월, 화, 수, 목, 금, 토 매일 예배하면 됩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도 우리의 상황과 심정을 이해하실 것”이라고까지 답했다. 

한 엄마는 “우리 아이는 얻을 수 있는 모든 도움이 다 필요하다”며 여유 있게 웃기까지 했다. 

도덕적 딜레마를 벗어나 영적 딜레마를 크리스천 엄마들은 너무나 간단하게, 아무 죄책감 없이 세상적인 눈금자와 논리적인 생각으로 쉽게 해결하고 있었다.

하나님이 작동하시는 방법을 잊어버린 데 대한 결과다. 

성경이 보여주는 하나님은 약자의 편이시다. 오히려 불리한 자를 세우시며 불가능을 넘어 승리케 하시는 분이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당신의 뜻대로 이루신다. 

바로 하나님이 뜻하시면 충분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어도 그는 쉽게 합격할 것이고, 하나님이 뜻하지 않으시면 그 이상의 자격을 갖췄다 해도 그는 절대 합격하지 못할 것이다.

어느 날 대형마트에서 돌이 안 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무거운 기저귀 가방을 들고 끙끙대며 힘들게 좁은 엘리베이터에 탄 적이 있다. 

엘리베이터 양쪽 문에 큰 표시가 있었다. 

‘쇼핑 카트는 NO!’
그러나 웬일인가. 

한 중년 여성이 물건을 잔뜩 실은 쇼핑 카트를 좁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왔다. 

유모차와 씨름하던 나는 친절하게 말했다.

 “선생님, 이 엘리베이터는 쇼핑 카트가 들어오면 안 된대요. 아마 감당하기 힘든가 봐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년의 여성은 눈을 흘기며 사납게 되받아쳤다. 

“당신이랑 그게 무슨 상관이야? 애기엄마나 잘해!” 

어린 아들의 귀를 두 손으로 막고 다시 한번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 여기 보시면 카트는 안 된다고 표시가 여러 번 되어 있어요.” 

그러자마자 “아, 그러니까 댁이나 잘하라고.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아이를 위해 여러 번 쉼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던 차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 여성은 카트를 밀고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 

그때 누군가 그 여성을 보고 반갑게 소리쳤다. 

“어머 권사님! 여기는 어쩐일이세요? 이런데서 뵈니까 신기해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귀에선 세 글자가 계속 울려는 듯했다. 
‘권. 사. 님.’

아마 그때의 심정은 나를 찾아온 한 학생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상담 중에 만난 그 학생은 “나는 엄마 때문에 죽어도 교회에 안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엄마는 교회만 가면 일단 목소리부터 달라져요. 완전히 딴사람이에요. 표정도 바뀌어요. 이중 가면을 썼어요. 교회에선 천사표, 집에선 마귀표.” 

이중 가면, 두 얼굴, 두 목소리의 크리스천 엄마가 아니라 일관된 ‘작은 예수’의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하나님을 따르는 엄마라면 매일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나는 세상 엄마들과 무엇이 다른가?”
 하나님은 믿음의 중심을 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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