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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환
 (LA 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어느 마을에 한 부자 상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주 자상하고 도량이 넓은 사람이었습니다. 
작은 이득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후하게 거래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베풀줄 아는 인물이었습니다. 
때문에 그와 거래하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만 갔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습니다. 
“저 사람은 장사를 할 사람이 아니라, 이 나라의 재상(宰相)이 되어야 할 인물이라”고 극찬했습니다. 
그는 얼핏 보기에는 부자가 아니었습니다. 
옷차림이나 씀씀이로 볼 때는 평범한 촌부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문난 알부자였습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두꺼운 외상장부가 세 권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는 웬만큼 규모있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모두 적혀 있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와서 물건을 외상으로 사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장부에 있는 사람들의 돈을 다 수금하면 나라의 절반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실로 엄청난 거부(巨富)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엄청난 부자도 오는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던 그는 결국 사랑하는 세 아들을 불러 놓고 유언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가쁜 마지막 숨을 몰아 쉬면서 그는 아들들에게 ‘소중한’ 한 마디를 건네고 죽었습니다. 
그것은 “외상장부를 들여다 보지 말고, 동구 밖으로 들고 나가서 불에 태우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식들은 그 엄청난 재산을 자신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무조건 불에 태워버리라는 아버지가 야속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소문난 효자들인지라 아버지의 간곡한 유언을 받들어 그 외상장부를 불태워 버렸습니다. 
동구 밖 마을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가 혀를 내두르며 “그 아버지의 그 아들들!”이라며 극찬을 했습니다.
아들들의 대범함에 매료된 장사꾼들은 자신들이 아버지에게 꾸어간 돈을 아들들에게 다 갚았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 때보다 더 많은 거래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들들은 모두 대상(大商)이 되었습니다.
그 때에서야 비로서 아들들은 아버지의 깊은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했던 것은 단지 ‘재산’ 뿐이 아니라, ‘명예와 존경’ 도 함께 물려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소중한 것을 물려주고 싶어합니다. 
자녀가 무엇을 유산으로 받느냐에 따라서 자녀들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뀝니다. 
여러분은 자녀들에게 무엇을 물려주고 싶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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