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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의 국경인 압록강에 전라(全裸) 상태인 여성의 시체가 떠내려가는 사진이 한 북한선교단체에 의해 공개됐다. 

탈북자들을 지원하며 북한선교 사역을 하는 갈렙선교회(대표 김성은 천안서평교회 목사)는 5일 북한을 탈출하기 위해 압록강을 건너다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시체 사진을 국민일보에 보내왔다. 

이 사진은 갈렙선교회 소속 이모 선교사가 두 달 전 아홉 살 소녀 지향이 등 탈북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압록강변으로 나갔다가 촬영한 것이다. 

이 선교사는 “벌거벗은 여성의 시체가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는 것을 보고, 무섭고 징그러워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너무 가슴 아픈 광경이라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고 갈렙선교회는 전했다. 

이 선교사는 “탈북자들의 고통스런 현실을 한눈에 보여주는 사진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면서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어서 한동안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사진만으로는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지만 정황 상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의 경찰과학수사팀 관계자는 “외상은 없는 것 같다”면서 “강물에 흘러가면서 시체가 붓고 뒤틀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의 한 강력팀 수사관은 “익사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김성은 목사는 “압록강 물살이 거세기 때문에 실족으로 익사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두 달 전이면 추위가 시작될 무렵이니까 저체온증으로 숨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탈북자들은 험난했던 탈북과정을 회고하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1997년 8월 탈북한 이애란 북한전통음식연구원장은 “우리 가족도 목까지 차오른 압록강을 건넜다”며 “강폭은 60m 정도였는데 어둠 속에 가로누운 압록강이 거대한 구렁이 몸뚱이 같았다”고 탈북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또 “중국 공안에게 물에 젖은 모습이 발각되면 강을 건넌 게 들통 나 강제 북송될까봐 속옷만 입거나 아예 옷을 완전히 벗은 채 강을 건너곤 한다. 

사진 속 여성도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 같다.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같은 해 12월 압록강을 건너 탈북한 이순실씨도 “물살이 거세 수영을 좀 하는 사람도 휩쓸리곤 한다”면서 “이 때문에 서로 줄을 연결해 헤엄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아이 때문에 한겨울 얼어붙은 강을 걸어서 건넜다”면서 “강을 건너다 죽은 사람을 많이 봤는데, 너무 추워서 시체의 옷을 벗겨 입은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북한선교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주민들의 주요 탈북 루트로 알려진 양강도 혜산의 압록강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압록강은 혜산시민의 식수 및 생활용수원이기 때문에 그동안 주민들의 접근을 막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압록강변 곳곳에 철조망 설치를 위한 말뚝과 기둥을 박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압록강 접근을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2013년 12월 혜산 일대 탈북자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이동식 휴대전화 방해기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북한에 성경을 반입하는 사역을 하는 한 선교사는 “압록강 일대를 통해 밀수와 월경, 정보유출, 남한 동영상 유입 등이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에 최근 북한 당국이 압록강 지역 경비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한편 압록강을 건너 이 선교사를 만난 지향이는 라오스를 거쳐 최근 한국으로 무사히 입국했다.
 
지향이의 탈북은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의 결단이었다고 선교회는 소개했다. 

연로한데다 지병까지 앓고 있는 할머니는 지향이가 처참한 꽃제비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탈북 및 남한 행을 택했다. 

지향이는 압록강을 건넌 뒤 총 3개국을 통과하는 1만㎞의 대장정을 거쳤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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