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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가스통을 들고 ‘빨갱이들’을 때려잡자고 외치는 우익단체들의 집회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그리고 그 우익단체들 속에는 ‘탈북자단체’가 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물론 북한에서 고생한 사람들이니 김정일이나 김정은 정권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모든 탈북자가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탈북자나 북한 출신 새터민은 없는 걸까? 
있다면 그들은 왜 내 눈에, 언론에 보이지 않는 걸까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이러한 의문을 일정 부분 해소해준다. 

북한 주민들과 한국의 보수 세력 간의 연결고리는 ‘기독교’다. <신이 보낸 사람>은 종교 활동이 금지된 북한에서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영화다. 

이들은 지하교회를 조직해 믿음을 공유하고, 이들 중 여력이 되는 이들은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남한으로 떠난다. 

지하교회조직에서 활동 하는 북한 주민들이 14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기독교를 믿다 적발될 경우 모진 고문을 당하거나 총살을 당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몰래 지하교회에 다니는 이유는 기독교가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사는 사람을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있는 유일한 힘은 ‘지금 견디면 나중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기독교는 내세와 구원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미래의 삶을 제안한다. 

기독교를 믿는 북한 주민들은 ‘신’에게 기도를 하며 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난 꿈을 꿀 수 있다. 

기독교는 또한 실제로 북한을 탈출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기도 한다. 

<신이 보낸 사람>에서는 주민들이 국제선교조직을 통해 북한을 탈출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러다보니 기독교를 신실하게 믿지 않지만 북한을 탈출하기 위해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도 많다. 
영화의 주인공 주철호는 신실한 기독교 신자가 아니다. 

그의 부인 영미는 지하교회조직에서 활동하다 북한군에 끌려가지만 고문당하는 와중에도 성경 구절을 외는 등 끝까지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철호는 고문에 괴로워하는 영미를 위해 스스로 그녀의 목숨을 끊는다. 

철호는 그런 영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안 믿는다’고 한 마디만 하면 살 수 있는 데 왜 믿음을 고집한단 말인가. 

그는 영미 같은 신실한 기독교 신자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북한에서 탈출하기 위해 ‘거짓’으로 기독교를 믿는 사람도 아니다. 

그는 영미가 죽은 지 2년 만에 마을로 다시 돌아온다. 

그가 탈북을 위해 기독교를 거짓으로 믿었다면 마을로 다시 돌아올 이유가 없다. 

그는 탈출과 믿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한다. 

그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중국에 있을 때 구정물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으며, 하나님으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모두 북한에서 탈출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간증한다.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신실한 신자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기독교를 끌어들인 것이다.
이런 그의 입장은 지하교회 리더와의 논쟁에서 잘 드러난다. 

지하교회의 리더 박성택은 모두를 탈출시키겠다는 철호에게 “하나님은 어느 곳에나 있다. 

이곳에서 우리 믿음을 이어가야한다”고 말한다. 철호는 “믿음도 살아남아야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며 탈출을 고집한다. 한마디로 그는 ‘현실주의자’다. 

하지만 그는 영화 말미에 완전한 기독교 신자로 재탄생한다. 
그는 공개처형 당하기 직전 웃으며 자신의 믿음을 긍정한다. 

그가 기독교 신자로 재탄생하는 계기는 지체장애인 용석의 죽음이다. 

용석은 철호가 땅에 묻어놓은 채 숨기고 있던 예수 그림으로 땅 위로 꺼내고, 가면을 만들어 쓰고 다닌다. 

그리고 북한 경찰들과 마을 사람들, 철호가 보는 앞에서 분신자살한다. 

철호는 북한 군인들이 자신을 폭행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절규하며 용석의 죽음을 지켜본다.

 ‘신이 보낸 사람’은 주민들을 남한으로 탈출시키려는 철호가 아니라 예수와 같이 자신을 순교해 다른 사람을 완전한 기독교 신자로 만든 용석이었다.

철호는 공개처형 당하기 전 ‘남조선은 가나안 땅입니까?’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영화 속 북한 주민들은 북한을 벗어나기 위해 남한을 ‘유토피아의 땅’으로 설정한다. 

그곳에 가서 돈을 벌고, 오순도순하게 살 계획을 세우며 하루하루를 산다. 

하지만 영화 속 북한 주민들은 결국 아무도 북한을 벗어나지 못한다. 

‘남조선은 가나안 땅인가’라는 질문에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언젠가 도달하고 싶은 유토피아를 꿈꾸고, 기독교가 그 매개 역할을 하는 현실이 함축되어 있다.

이 질문은 또한 남한에 넘어온 탈북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그들이 ‘가나안 땅’이라 믿고 있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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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선은 정말 가나안 땅일까? 자본주의의 풍요 속에서 빈곤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즐비한 남한 사회, 적응하지 못한 몇몇 탈북자들을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남한 사회는 정말 가나안 땅일까? 

목숨도 믿음도 지킬 수 있는 이 땅의 기독교인들은 정말 저 믿음을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남한에는 용석처럼 다른 사람들을 기독교인으로 만드는 기독교인들이 많을까, 아니면 기독교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기독교인이 더 많을까?

남한은 ‘가나안 땅’이 아닌데도, 탈북자단체들은 남한의 자본주의 사회를 긍정하는 우익단체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어렵고 힘든 현실 속에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에게 출구를 제공하는 것은 기독교이고, 그들을 돕는 것도 기독교단체들 뿐이라서 그런 건 아닐까. 

기독교를 믿으면 북한에서 탈출할 수도 있고, 우리와 함께라면 한국에서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메시지 밖에는 대안이 없어서가 아닐까.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을 대변한다는 진보진영이 탈북자들이나 북한 주민들에게 어떻게 손을 내밀 수 있을지,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을지, 이 영화를 보며 다시 한 번 고민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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