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목회자.jpg  

▲  달라스한인원로목사회는 매달 한 번씩 모임을 갖는다.



듀얼 태너 목사는 89세 때 “당신은 은퇴를 앞두고 무엇이 가장 두려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진정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랐던 것이 나에겐 가장 큰 두려움이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많은 목회자들, 선교사와 군목을 포함한 은퇴를 앞두고 있는 목회자들은 은퇴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한창 목회를 했을 당시, 젊은 시절의 변화는 흥분과 도전, 주님의 인도하심의 신선한 기대로 설렜지만, 정신없이 바쁜 목회 일로 은퇴를 준비할 시기를 놓치고만 대부분의 은퇴 목회자들은 새로운 변화를 도전으로 받아들이기 보단 두려움이 앞설 수 있다.


평생을 교회와 집을 오가며, 새벽부터 설교 준비와 심방 등의 목회가 몸에 밴 목회자들은 일반 은퇴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큰 두려움으로 여기는 것에 반해 그동안 해왔던 목회 일을 내려놓는 것을 가장 큰 두려움으로 여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일반 은퇴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목회자는 '목회접음' 자체를 두려워해...


목회를 할 때는 연일 초대와 행사 참석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목회에 지장이 갈 정도로 시간을 쪼개야 했는데 은퇴 후에는 만나서 차 한 잔 하자고 연락오던 사람들도 눈에 띄게 줄고, 함께 늙어가는 몸이 아픈 사모 외에 대화의 대상이 되어 줄만 한 사람도 없다.


따로 떨어져 사는 자식 손자들은 늙은 부모에게는 관심을 둘만한 여유도 없고 그들의 얼굴 보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더해 은퇴목사들을 위한 노인대학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반 성도들이 다니는 노인양로센터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은퇴 목회자들은 ‘은퇴 목회자’ ‘원로 목사회’ ‘은목 모임’ ‘실버 목자회’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그들만의 모임을 갖는다.


지역별로, 교단별로 혹은 초교파적으로 크고 작은 원로 목사들의 모임 단체가 미주에만도 10여개가 넘는다.


알려지지 않은 소그룹 모임까지 합한다면 그 수는 짐작하기 쉽지 않다. 모임의 성격에 따라서는 어떤 목적을 두고 모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이 친목을 위한 모임이다.


하지만 모임이 커질수록 장소와 식비의 해결에 있어 기성 교회에 손을 벌려야하는 고충이 따른다.



은퇴 목회자들 모임 지속하려면 장소와 식사비 해결도 고충
 
미주의 대표적인 원로목사 모임인 ‘남가주기독교원로목사회(회장 김창식 목사/ 이하, 남가주원로목사회)’는 지난 6월 제74회 정기총회를 치룰 정도의 38년이란 오랜 역사를 지녔다.


매달 두차례의 모임을 갖는 남가주원로목사회의 정회원이 되려면 공인된 신학교를 졸업한 자로 목사안수를 받고, 성직자로 무흠 15년 이상 교회 또는 기독교기관에서 시무하고, 은퇴한 70세 이상 된 한인기독교 목사임과 동시에 미국 거주자여야 한다.


현재 정회원 48명에 준회원 39명으로 총87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다.  정기총회는 일년에 두번 가지며 회장 임기는 6개월로 나이순으로 돌아가면서 하되 5년 이상된 회원 중 입회등록 순으로 한다.
정회원과 준회원의 차이는 가입비가 30불과 20불로 다르고, 월 회비도 정회원은 10불이고, 준회원은 5불의 차이를 두고 있다.


서기 신희성 목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남가주원로목사회는 잘 운영되는 편이다. 매번 모임 때마다 장소를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교회들이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원로목사들을 잘 섬겨주는 것에 감사하다.


LA 근교에서 모임이 있을 때는 많이들 모이지만 오렌지카운티 등 차편이 필요한 곳으로 갈 때는 아무래도 연세가 있어 많이 모이지 못하는 에로사항이 있다”고 전한다.


신 목사는 이어 “회원 중에 상을 당하게 되면 상조를 위해 따로 돈을 걷지는 않고, 원로목사회 이름으로 모아둔 회비에서 화환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한다. 모임의 식사비는 따로 들지 않고 초청하는 교회에서 대접한다”고 덧붙었다.


예장통합 서울노회 은퇴목사회에서 총무를 지낸바 있는 김종희 목사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원로목사회는 대형교회를 은퇴한 목사가 대표로 되어 있어 초청 강요에 거부할 수 없는 형편이고, 교회가 초청은 하지만 적은 수가 아닐 경우에는 식사 대접에 거마비까지 준비하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에 울며겨자먹기식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어떤 은퇴목사들은 다른 은퇴목사 모임이 있을 때마다 모두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어 마치 노인학교 평신도 노인들이 이교회 저교회로 노인학교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는 것과 흡사해 은퇴목사의 체통이 말이 아니다”고 한다.



은퇴 후 생활의 공통점은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

 
김종희 목사는 “이러한 현상을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든 없든 은퇴목사들의 은퇴 후의 생활의 공통점은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며, “숨 쉴 틈조차 없이 바쁘게 활발한 목회활동을 하던 사람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은퇴 후 10년 20년을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집안에 갇혀 천정만 멍청하니 쳐다보고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세월이 가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들에겐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칠 일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같은 은퇴목사들의 형편과 사정을 배려해 감사하게도 도움을 주는 교회가 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새벽교회(이승영 목사)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8층에 30여평 남짓한 방 하나를 은퇴목회자들을 위해 제공했다.


거금을 들여 보증금을 내고 매달 적지 않은 월세를 부담하고 서울과 수도권 은퇴 목사들의 모임인 서울은퇴목사회 회원들이 언제든 모여 대화하고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하모니카 연습 등 취미생활과 월 1회 예배를 드리고, 월 1회씩 유명 강사를 초청해 특강을 듣기도 한다.


다시 미주로 넘어와 살펴보면 텍사스주 달라스와 포트워스 인근에 거주하는 은퇴한 한인 목회자들의 공동체인 ‘달라스한인원로목사회(회장 김대균 목사, 이하 달라스원로목사회)’는 그 운영이나 활동면에서 은퇴목사 모임의 좋은 롤 모델이 되고 있다.


달라스원로목사회는 처음 시작 때부터 다른 은퇴목사 모임과는 다른 점이 차별화를 가져왔다.
은퇴목회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평신도가 주축이 되어 시작되었다는 점과 또 한 가지는 원로목사회의 모임 장소가 처음부터 준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달라스원로목사회는 달라스기독회관과 연관이 깊다.


2004년 당시 평신도였던 이태경 장로는 교단과 특정 교회를 초월해 순수하게 평신도들에 의해 운영되는 크리스천들을 위한 공간을 꿈꾸며 달라스기독회관을 오픈했다.


오픈함과 동시에 달라스 지역의 은퇴 목회자들을 위한 은목교회를 지원하고 나섰고, 지금까지도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달라스의 은퇴 목회자들은 언제든 모여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본인들만의 장소를 갖게 된 것이다.



이태경 장로가 기독회관 내 장소제공
지역성도 위한 아침기도회 인도, 신앙상담도..
.
 
달라스원로목사회의 회원은 30여명으로 섬기던 교회의 유익을 위해 은퇴 전에 사역하던 교회에는 후임을 위한 배려차원에서 대부분이 나가지 않지만 은퇴한 교단 교회나 미국교회에 출석한다.


또한 주 3회 정도는 비즈니스를 하는 달라스 성도들을 위해 아침기도회를 인도하고, 지역 성도들을 위한 신앙상담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이태경 장로부부는 은퇴 목사와 사모님들을 극진히 섬기는 것으로도 칭찬이 자자하다.


어버날을 포함해 매년 두 차례 원로목사회 회원들을 야외로 모시고 나가 함께 바람도 쐬고 여행을 겸한 위로 행사를 정기적으로 갖는다.


지난 4월에는 텍사스의 전통 우시장이 열리는 스톡야드로 기차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태경 장로는 “목사님들의 은퇴는 사역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사역의 시작입니다. 그들의 새로운 사역을 위한 조금씩의 배려가 미래의 은퇴목회자들로부터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달라스의 기독회관과 은목교회가 아름다운 노후를 위한 은퇴목사님들의 사랑방으로 사용되어져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크리스찬 투데이>

선교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