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은 한국 남장로교 총책임자를 지낸 토미 브라운(94) 목사
브라운씨 역시 한국에서 태어나 1969년까지 청소년기를 보내...
▲윌리엄 브라운씨가 100년 전 조부 프랭클린 A 브라운 선교사의 발자취를 따라 지난 18일 광주시 양림동 호남신학대 내 오웬 선교사의 무덤 앞에 섰다.
1910년 8월 13일 미국 남장로교 소속 프랭클린 A 브라운 선교사가 일본 요코하마항에 도착한다.
그는 70일간 일본과 한국, 중국의 선교 상황을 둘러본 뒤 ‘일본, 한국, 중국에 온 신참 선교사의 일지(The Log of a New-Comer in Japan, Korea, and China)’라는 선교보고서를 만들었다.
브라운 선교사는 이후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제일장로교회의 후원으로 1949년까지 중국 선교사로 헌신했으며, 훗날 그의 후손과 친척들은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복음전파의 주춧돌 역할을 했다.
지난 17일 브라운 선교사가 걸었던 선교여행길을 정확히 100년 만에 똑같이 걸어보고자 손자인 윌리엄 브라운(58)씨가 일본을 거쳐 한국을 찾았다.
“100년 만에 할아버지의 길을 재연하고 그분이 걸었던 선교 행적을 기념하고자 이곳에 왔습니다. 할아버지처럼 13일부터 일본을 방문한 뒤 배편으로 부산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빌려 광주와 목포, 전주 등지를 방문했죠.”
사실 그의 부친은 호남신학대 총장과 한국 남장로교 총책임자를 지낸 뒤 1973년부터 8년간 미 남장로교 선교 총책임자로 헌신한 바 있는 토미 브라운(94) 목사다. 이런 가족사가 있기 때문에 브라운씨 역시 한국에서 태어나 1969년까지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가 방문한 곳은 모두 조부의 발품이 남아 있는 곳이자, 부모의 피땀 어린 헌신이 녹아 있는 자리다.
“16년간 한국에 있으면서 봤던 성도들은 매우 열심히 기도하고 일했던 것 같아요. 많은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고자 아버지가 설교하시던 양림교회를 찾았죠. 제가 살던 집은 없어지고 그 자리엔 대신 호남신학대 기숙사가 들어섰어요. 하지만 제 방에서 한눈에 보이던 무등산 경치는 그대로더군요.”
그는 100년 전 할아버지가 전남 선교의 개척자 오웬 선교사 무덤을 찾았듯 그 자리에 섰다. “오우! 모든 장소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환상적이었어요. 이번 저의 트립(여행)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성취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현재 아버님의 건강이 안 좋으신데 어머님께 사진을 촬영해 이메일로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무척 좋아하실 겁니다.”
100년 전 9월 16일, 그의 조부는 평양에 대한 느낌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선교기지라 생각된다. 매 주일 교회 종소리가 울리면 4000명이 6개의 교회에 모인다. 이곳의 인구는 4만명에 불과한데 말이다.” 하지만 손자는 평양을 방문하지 못하고 21일 중국으로 향했다.
“100년 만의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사람은 없어졌지만 교회와 병원, 학교는 그대로 남아 있더라는 겁니다. 할아버지는 중국 공산당에 추방당해 슈저우 지역에 선교의 열매가 있었다는 사실을 접하지도 못한 채 숨을 거두셨어요. 훗날 그곳엔 4개의 대형교회가 생기고 성도만 4만명이 됐습니다. 이렇듯 선교라는 건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믿음으로 뿌리는 것입니다. 베드로와 야고보, 바울도 이런 심정으로 선교하지 않았겠습니까. 할아버지가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그의 여행은 이번 달 말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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