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성 방문 금물, 주민·선교사 배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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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 전문가들은 비전트립을 떠나기에 앞서 목적을 분명히 세우고 현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것을 권고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위)와 한국대학생선교회 소속 청년들의 단기선교 사역 모습.

 

“비전트립(단기선교)을 준비하는 여러분, 지금 혹시 부채춤이나 태권도 연습하는 중이세요?”
‘방학 또는 휴가를 이용해 짧은 시간 진행하는 봉사 위주의 선교여행’를 뜻하는 비전트립은 여러 논란 속에서도 한국교회의 중요한 사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많은 교회들이 한창 그 준비에 매진할 때다. 이에 대해 선교 전문가들은 “잠시 하던 것을 내려놓고 왜 가는지부터 돌아보자”고 권고한다.
연 1∼2회 ‘비전트립 지도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세계선교부는 최근 자료를 통해 ‘좋지 않은 비전트립의 예’를 제시했다.
첫째는 ‘자신들만이 아는 찬양과 언어로 사역하기’다. 워십댄스, 판토마임 등 한국 참가자에게는 익숙하지만 현지인에게는 낯선 콘텐츠다. 또 선교지에서 부채춤, 태권도 시범 등은 한 계절에만 여러 팀이 공연하거나 수년 동안 반복되는 일도 적지 않아 현지인에겐 식상할 수 있다.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 남미진 강사는 “문화 공연을 하려면 현지에서 만날 대상의 연령과 성별, 교육 수준, 문화적 관심사, 한류 열풍 존재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히 선교가 목적이라면 현지 선교사 및 인솔 교역자가 준비하는 설교 및 성경교육 주제와도 관련 있는 공연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둘째는 ‘지속성 없는 이벤트성 방문’이다. 참가자는 물론 인솔자까지 매년 바뀌어 갈 때마다 현지인과 선교사에게 기초적인 정보부터 묻고, 이전의 사역을 이어받아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전혀 없는 방문을 말한다.
세계선교부 신방현 총무는 이런 행태가 계속되는 이유를 “목적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이런 단기선교팀은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현지 선교를 저해하므로 보내지도 받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교한국파트너스 한철호 선교사도 “보통 교회들이 멤버십트레이닝(MT)과 비전트립을 혼동하곤 한다”면서 “단지 참가자의 단합과 해외 문화 경험에 목적이 있다면 ‘선교’라는 말을 빼고 ‘해외멤버십훈련’ 등으로 부르자”고 권했다.
세 번째 좋지 않은 예는 ‘현지와의 파트너십에 소홀’한 경우다. 필리핀에서 7년간 사역한 한경균 선교사는 “인솔자가 비용, 날짜, 프로그램을 다 짜서 메일로 보내고 맞춰 달라거나 심지어 현지는 방학도 휴가철도 아닌데 막무가내로 오기도 한다”고 전하며 “현지와 긴밀하게 소통하면 얼마든지 효율적인 선교를 할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일례로 자신이 사역하는 지역은 농구 열기가 뜨거워 ‘농구 친선경기’를 열면 수백 명을 모을 수 있고 그 가운데 선교 사역도 자연스레 펼칠 수 있지만 방문 팀은 자신들이 준비한 프로그램만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한철호 선교사는 ‘해마다 사역지를 변경하지 말고 교회의 선교 역량을 고려해 특정한 대상지 선정’ ‘현지와 소통하면서 수년간 지속적으로 방문’ ‘준비 과정부터 방문, 후속 프로그램까지 전체가 하나의 유기성’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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