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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선 흔치 않은 장면이 벌어졌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70∼90대 원로목사 500여명이 한국교회가 거룩함을 잃었다며 회초리 맞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찰싹, 찰싹….” 

잘못을 꾸짖기 위해 자신의 종아리를 때린 ‘자책초달’(自責楚撻)의 시간은 한참이나 계속됐다. 
회초리 때리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리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목사들이 잇따랐다.

원로목사들이 스스로 회초리를 맞은 것은 올 하반기 전국 16개 시도에서 열리는 ‘한국교회와 목회자 갱신을 위한 회초리 기도대성회’의 일환이었다. 

한국기독교원로목사회(한기원·대표회장 최복규 목사)와 한국범죄예방운동본부(대표회장 강영선 목사)가 공동 주최한 이날 성회에서는 ‘예수의 피로 세우신 교회를 여러 갈래로 분열시키는 죄를 지었습니다’ ‘돈을 하나님보다 더 사랑한 죄를 지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랑이 빠진 설교와 행동을 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등 15개 항목의 회개기도문도 낭독됐다. 

하나하나 기도문이 낭독될 때마다 통성기도와 찬송 소리는 더욱 커졌다. 

기감 전 감독회장 김진호 목사는 ‘박 넝쿨이 주는 교훈’(요나 4:10∼11)이란 제목의 설교에서 “하나님께서 요나에게 그늘로 주신 박 넝쿨 같은 물질과 명예, 권력을 소망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쓴 소리를 했다. 

김 목사는 “나부터 회초리를 맞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자식이 잘못하면 부모가 자신의 종아리를 치듯, 세상 사람의 잘잘못을 논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가슴을 찢고 통회하는 마음으로 회개해야 한국교회가 회복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렸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도덕성 추락과 연합기관의 사분오열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한국교회의 자성(自省)을 촉구했다.

강영선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한국교회를 구원해 낼 길은 회개기도밖에 없다는 것을 확신 한다”며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해 주실 줄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최복규 목사는 “전국 교회로 확대되는 회초리 기도대성회는 한국교회의 ‘나부터 회개’ 운동”이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하늘 가는 밝은 길이’라는 찬송이 울려 퍼지며 이날 기도회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참회기도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서였을까. 회초리를 손에 들고 귀가하는 원로목사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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