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줍는원로목사.jpg


대전 호산나교회 이기복(88) 원로목사는 하루 종일 폐지를 주우러 다닌다. 

오전 5시부터 1시간 정도 새벽예배를 드린 뒤 오후 7시까지 자전거를 끌고 동네를 순회한다. 

길거리에서 주운 폐지는 아파트 옆 공터에 쌓았다가 자동차 트렁크에 실어다 판다. 

하루에 대략 150㎏을 모아 파는데, 이렇게 한 달 일하면 25만원 안팎을 손에 쥔다.
이 원로목사는 이 돈으로 매달 아프리카 아이들 4명을 후원한다. 

북한선교기관인 모퉁이돌선교회에도 매달 10만원씩 지원한다.
 
의류나 운동화, 돋보기 등을 사거나 전지가 없는 시계·라디오에 전지를 넣어서 선교회를 통해 북한에 보낸다.

그는 “목회자가 ‘죽도록 충성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폐지를 줍는 것도, 그 돈으로 아이들과 북한선교를 위해 후원하는 것도 별일 아니다”라고 몇 차례 손사래를 쳤다. 

이 원로목사는 충남 예산 상궁교회를 개척한 뒤 인근 역리교회를 거쳐 서산 인지교회에서 목회를 했다. 

마지막 목회지인 호산나교회(박재규 목사)에서 원로목사로 추대됐다.
은퇴 후에도 쉬지 않았다. 

재정적으로 자립하기 위해 서적이나 정수기 영업도 했다. 

10여년간 대전 소망요양원 등지에서 환자들에게 복음도 전했다.  거의 매일 환자 70~80명을 만나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위로했다.

폐지를 줍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날마다 요양원에 복음을 전하러 가는 게 어려워졌다. 

불현듯 폐지를 팔아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은퇴 목회자들을 위해 설립된 대전 은목교회에서 월드비전의 사역을 알게 됐다.

 아프리카 가나와 르완다 어린이 4명을 돕기로 약정하고 부지런히 폐지를 수거하러 다녔다. 

이웃 사람들은 처음에 ‘은퇴한 목회자라면서 생활이 그렇게 어렵나’라며 동정과 불편이 섞인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이 원로목사가 폐지를 팔아 아프리카 아이들을 후원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팔을 걷어붙이고 돕기 시작했다. 

집에서 나온 박스 등을 버리지 않고 모아뒀다가 내놓은 이도 있었고, 폐지가 많이 나왔으니 가져가라고 전화까지 한 슈퍼마켓 주인도 있었다. 

이 원로목사의 7남매 중 대전에 사는 자녀들도 아버지를 응원하며 차에 폐지를 실어 가져왔다.
이 원로목사는 은목교회에서 알게 된 모퉁이돌선교회에도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재정이 어려운 선교사 이야기를 들으면 가진 돈을 부쳤다. 그렇다고 이 원로목사의 형편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그는 “국민연금과 교역자연금으로 밥만 먹을 수 있으면 된다”면서 “한달에 60만~70만원 정도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원로목사가 재정 후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새벽예배 때마다 후원하는 아프리카 아이들, 남북통일과 북한복음화, 북한주민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는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파송한 선교사 1084명의 이름과 전 세계 160여 개국을 일일이 거명하며 기도한다.

이 원로목사는 “나이가 들어 무릎과 허리 등 아픈 곳도 많지만 움직일 수 있게 건강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라며 “하나님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이웃들과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복을 많이 받은 우리 기독교인들이 아프리카 아이들과 북한주민을 돕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는 권면도 잊지 않았다.

전도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