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밥퍼.jpg

▲ 조재선 목사와 유연옥 사모 부부가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하나님의 집’ 배식소에서 노숙인들에게 밥과 반찬을 배식하고 있다. 왼쪽 아래는 조재선 목사, 유연옥 사모 부부가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하나님의 집’ 배식소 앞에서 노숙인을 위해 밥과 반찬을 담은 식판을 들고 미소짓고 있는 모습.



지난 18일 찾은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5길.


용산역과 백화점, 고층 주상복합 빌딩, 외제차 전시장을 뒤로하고 50여m 걸음을 옮기자 딴 세상이 펼쳐졌다.


철로 옆으로 낡고 오래된 집들이 늘어서 있는 골목 한편으로 파란색 천막이 눈에 들어왔다. 매콤한 닭볶음탕, 김칫국과 쌀밥, 호박조림 등이 배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르신들, 이제 배식 시작합니다.”


배식 테이블 앞에 나란히 선 조재선(48) 목사와 유연옥(51) 사모가 한목소리로 외치자 줄지어 선 사람들이 차례로 식판을 들었다.


24년째 용산역 인근 노숙인들의 점심을 책임지고 있는 ‘하나님의 집’의 배식 모습이다.
이곳에 먼저 둥지를 튼 건 유 사모였다.


“24세 때 이벤트 기획사를 세워 3년여 만에 안정적인 궤도에 올릴 만큼 열정적인 청춘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러다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쓰러졌습니다. 27세 때였죠. 누운 채 대소변까지 받아낼 정도였으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죠.”


딸이 사경을 헤매자 어머니는 전국을 돌며 명의를 찾아다녔지만, 소용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간 점집에선 딸이 ‘신병’에 걸렸다며 내림굿을 받으라고 했다.
유 사모는 하나님을 찾아갔다.


‘딱 40일만 작정기도를 해보자’ 결심하고 동네 작은 개척교회에서 매일 새벽 무릎을 꿇었다.
기도제목은 오직 하나였다.


‘하나님 절 고쳐주세요. 봉사와 섬김으로 주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겠습니다.’


유 사모의 상태는 기도 37일째부터 조금씩 회복되더니 40일째엔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심했던 고통이 대부분 사라졌다.


기적이었다.


감사기도를 하던 중 하나님과의 약속이 떠올랐다.


1996년 1월 한파가 덮친 용산역을 지나다 쓰러져 있던 백발의 할아버지를 만났다.


간신히 일으켜 세워 국밥 한 그릇을 대접한 뒤 이튿날부터 용산역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손엔 할아버지를 위한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일주일쯤 지나자 할아버지의 말동무가 눈에 띄었다.
도시락이 2개로 늘었다.


한 달 후엔 5개로 늘더니 3개월째부턴 100개가 필요해졌다.


매일 도시락 100개를 차량에 싣고 배달하기를 1년 6개월, 도시락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왔다.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2~3개월 사이 유 사모를 찾는 노숙인이 800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식당 하나를 임차해 ‘하나님의 집’ 간판을 걸었다.


혼자 감당할 수 없던 일손은 봉사자들이 메워줬다.

그렇게 찾아 온 봉사자 중 한 사람과 평생 동역자의 인연을 맺었다.


남편 조 목사다.


“2002년 새해 첫날 뉴스를 보는데 낮은 자를 위한 섬김 현장으로 ‘하나님의 집’이 나오더라고요. 신학대학원 3학년 시절이었는데 저곳에 배식봉사를 한번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 목사의 목회현장은 자연스레 유 사모의 사역과 하나가 됐고 배식소 입구엔 ‘하나님을 사랑하는교회’와 ‘하나님의 집’ 간판이 나란히 걸렸다.


매일 점심 100여명의 노숙인이 식구처럼 밥을 먹는 자리에선 월요일마다 예배가 열린다.


30분 남짓한 시간이지만 조 목사에게는 영혼의 양식을 배식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전엔 아무리 영의 씨를 뿌려도 열매 맺기 힘든 곳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5년 20년 만에 영접하는 분들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세월과 인내를 자양분으로 주신 현장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조 목사가 보여 준 메모장에는 그가 영접 기도를 해준 노숙인 29명의 이름과 날짜, 인적사항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대부분 70~80대 어르신들이었다.


그중 7~8명이 일요일에 모여 함께 예배드리는 게 ‘하나님의 집’의 주일 모습이다.


조 목사 부부의 꿈은 이곳의 이름을 ‘하나님의 집’이라 붙인 이유처럼 소탈했다.


“간판 하나 없던 시절 노숙인 한 분이 밥을 먹고 가시면서 여기 이름이 뭐냐고 묻기에 문득 ‘하나님이 어르신께 밥을 갖다 주라고 했으니까 하나님의 집이죠’라고 설명했어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은 잊고 밥 주는 저만 기억하면 안 되잖아요. 밥 한 끼와 더불어 이곳의 주인 하나님을 만나러 오시는 분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쉼터가 됐으면 좋겠어요.”


<국민일보 미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0 찬양사역 40주년 기념 콘서트 여는 전용대 목사 - "포기하려던 삶 빛으로 살리신 은혜 찬양하며 보답 중이죠" imagefile kchristian 2019-09-11 20
369 미국 진출한 국내 블랙 가스펠 그룹 '코리안 소울' imagefile kchristian 2019-09-11 19
368 <신천지 포교동향·대처방안> "길거리 설문조사에 응하지 마세요" imagefile kchristian 2019-09-04 41
367 "청년이여, 주님을 만나고 주 안에 굳게 서라" 2019 성령한국 청년대회, 1만8000명의 뜨거운 기도와 찬양으로 가득 imagefile kchristian 2019-09-04 43
366 퀴어행사 반대집회 KHTV생방송 중단되고 동영상 삭제된 까닭은... - "증오심 표현 금지 정책 위반"이유 들어...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는 안 밝혀 imagefile kchristian 2019-09-04 42
365 기도는 주님과의 데이트 시간..." 응답에 초점 둬선 안돼"...'한 시간 기도' 유기성 선한목자교회 목사 imagefile kchristian 2019-08-07 179
364 왜, 예수님은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실까 -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imagefile kchristian 2019-08-07 192
363 <목회는 영권이다> "교회는 권력기관 아니야... 희생·헌신 밑바닥에 깔려야" imagefile kchristian 2019-07-31 205
362 수서교회의 특별한 십일조 탈북 청소년 위해 10억 사용하기로 - 지난해 새 예배당 봉헌한 수서교회, 건축헌금 10분의 1 한국교회 위해 사용 탈북청소년 대안교육기관 '여명학교'에 10억원 지원하기로 결정 imagefile kchristian 2019-07-17 250
361 주말이면...술·유흥 넘치는 강남에 24시간 기도의집 생겼다 - KHOP, 기도처소 서초구로 옮겨...예배 후 '찬양 버스킹' 등 전도도 imagefile kchristian 2019-07-10 283
360 가난한 목회자에 양복 선물하는 '엘부림양복점' 부자 - "그 아버지에 그 아들" ... 가업 이은 박승필씨도 목회자에게 맞춤 양복으로 섬겨 imagefile kchristian 2019-07-10 229
359 24시간 불 밝히는 전도 동역자 "작은 가게가 큰 예배당 됐어요" - 복음광고...교회·일터에서 전도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 imagefile kchristian 2019-07-03 251
358 "무슬림 바로 알기" 선교훈련 세미나 - 7월 15-17일 은혜한인교회, 남가주 사랑의 교회서 imagefile kchristian 2019-06-26 372
357 내 외국인 친구가 사이비에 빠졌을 때 - 이단·사이비 전문 매체 바른미디어, 외국어로 주요 사이비 설명하는 자료집 배포 imagefile kchristian 2019-06-26 272
» 노숙인 밥 한 끼에 영혼의 양식 담아 '듬뿍' - 24년째 용산역 밥퍼 봉사, 조재선 목사·유연옥 사모 imagefile kchristian 2019-06-26 246
355 제주공항은 중국 복음화의 관문 토요일마다 전도 열기...! - '미션 차이나 인 제주' 소속 회원들 ... 항공편으로 도착한 중국인 위해 찬양으로 환영하며 전도지 전해 imagefile kchristian 2019-06-12 343
354 교회 첫 방문자가 다시 교회로 오게 만드는 8가지 방법들 imagefile kchristian 2019-06-05 370
353 "괜찮아, 예수님과 함께라면"... 복음의 전함 광고전도 - '대한민국을 전도하다' 캠페인 1000명 연합 거리 전도 현장 imagefile kchristian 2019-06-05 354
352 "그리스도인, 일터에서 하나님 나라 세워가야" imagefile kchristian 2019-06-05 394
351 미국 패스트푸드 기업 "칙필레"에서 기독 직장인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imagefile kchristian 2019-05-29 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