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호목사11.jpg  

▲  이강호 목사(오른쪽)가 29일 서울 강남구 늘사랑교회 3층 다락방에서 아내 최정혜 목사와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이 목사 부부는 1m27㎝ 높이 다락방에서 13년째 기거하고 있다.



‘밤의 황제’에서 목사로 변신한 남자가 있다.


한때 국내 최대 규모였던 경기도 부천 맘모스카바레를 운영하다 지금은 묵묵히 어르신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이강호(72) 목사다.


그를 29일 서울 강남구 늘사랑교회에서 만났다.


이 목사가 사역 중인 늘사랑교회는 허름한 옷차림의 어르신들로 늘 붐빈다.


매주 목요일에는 400여명의 어르신을 초청해 성경말씀을 전하고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어르신들은 영육의 양식을 섭취하며 하나님을 믿는다.


주일에는 예배와 함께 어르신들에 대한 상담사역도 한다.


교회는 버스를 전세 내 매년 300여 어르신과 함께 강원도 강릉이나 서울 근교 찜질방 등을 찾아가는 무료 효도관광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 목사가 처음부터 어르신 사역을 한 것은 아니다.


이 목사는 40여년 전 서울 동대문에서 섬유사업을 해 큰돈을 벌어 광화문과 인사동, 무교동에서 최고급 레스토랑을 경영했다.


32세 때였다.


카바레까지 운영하자 내로라하는 유명 연예인과 PD들도 밤마다 찾아왔다.
사냥과 골프에도 빠져들었다.


경북 김천, 강원도 양양 속초 등으로 한번 사냥을 나가면 2∼3주 지나야 집에 들어왔다.
낮에는 사냥하고 밤에는 술 파티를 여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결국 그가 37세 되던 해 아내가 이혼 소송을 냈다.


이혼을 선고한 법정에 이 목사는 가지 않았다.


새벽까지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느지막이 잠에서 깨어 아이를 데리고 유치원에 갔을 때, 교회 권사였던 원장은 그에게 ‘마귀’라고 외쳤다.


“교회는 안 다닐 거다”라고 말해 왔던 이 목사는 ‘혹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원장과 함께 기도를 드리다 30분 넘게 울었다.


그때부터 작정기도에 들어갔다.


아침 목욕탕에서 남몰래 울며 몸을 깨끗이 한 뒤 하루 다섯 차례 아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기도했다.


8일째 되는 날에도 아내에게 소식이 없자 서울 하얏트호텔 지하 나이트클럽에서 다시 술을 마셨다.


다른 손님은 모두 쫓아낸 채 40여명의 여성과 양주를 ‘짬뽕’으로 마시는데 ‘그것도 못 하냐’는 환청이 들렸다.


무작정 아내가 기거하던 친척집으로 향했다.


앞서 작정기도에서 ‘아내를 만나라’는 응답을 얻었던 터였다.


곧바로 아내와 재결합했다.


하나님을 믿으면서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총신대에 들어가 신학을 공부했다.


1988년 목사가 돼 서초구 잠원동에 첫 교회를 개척했다.


교회를 개척한 날 수많은 친구가 외제차를 타고 와 그를 신기한 듯 ‘구경’했다고 한다.


그의 비전은 오직 세 가지였다. 교회 문을 항상 열어두는 것과 사명자를 기르는 것, 구제 선교를 지속하는 것이다.


30년 지난 오늘도 교회 문은 항상 열어두고 찾아오는 모든 빈자를 배불리 먹여 돌려보낸다.
그동안 교회가 길러낸 신학생은 150여명, 그중 목사만 120명이 넘는다.


걸인이 교회 안에 들어와 용변을 보고 앰프와 빔프로젝터 등 장비를 훔쳐 간 적도 있지만 오히려 ‘영혼 하나 살렸다’는 감동이 밀려왔다고 한다.


청주교도소에서 7년여를 쉬지 않고 재소자들에게 복음을 전했는데 설교 후 안아주는 그에게 감동해 출소해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7명이 목사가 됐다.


이 목사가 기거하는 곳은 교회 3층 1m27㎝ 높이 다락방이다.


전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2005년 지금의 아내인 최정혜 목사와 재혼해 매일 생활하는 공간이다.


최 목사의 청에 의해서라고 한다.


수조 탑을 개조해 만든 좁은 공간이지만 과거 호화롭던 생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행복하다.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네게 보화가 있으리라”(눅 18:22)는 말씀을 가슴속에 새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고 가난한 어르신을 섬기고 있지만 한 번도 돈이나 봉사자가 부족해 효도관광이나 무료급식 사역을 멈춘 일이 없다고 한다.


익명의 독지가가 수백만원이 든 봉투를 헌금함에 넣고 간 적도 있다.
그런 방법으로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공급하셨다.


“40대 지체장애인 아들을 둔 할머니가 함께 찜질방 관광을 가서는 ‘이곳이 천국 같다’고 말할 때 왈칵 눈물이 흘렀습니다.
하룻밤만 이곳에서 자게 해 달라고 간청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이 일을 절대 멈출 수 없다고 생각했지요.”


<국민일보 미션>

전도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