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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대 2사단 장병들이 13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검도 하늘소망교회에서 열린 주일예배에서 박형희 목사의 설교를 듣고 있다.



주일이던 13일 오전 8시30분, 인천 강화군 석모도 하리 선착장에서 여객선이 천천히 출발했다. 

선실엔 붉은 이름표를 단 해병대 군복을 입은 장병들이 눈에 띄었다.


40여분 뒤 미법도를 거쳐 서검도에 여객선이 도착했다. 포구엔 ‘장마철 북한의 목함지뢰가 떠내려 올 수 있으니 주의 바람’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터미널에선 해병대 2사단 소속 해병대원들이 승객 신분증을 철저하게 검사하고 있었다. 


임진강이 끝나는 지점에서 서해 쪽으로 10여㎞ 떨어진 이 작은 섬은 그야말로 최전방이다. 

해상 북방한계선(NLL)이 섬의 북쪽 끝자락일 정도인데다 2.5㎞ 건너편에는 북한 지역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섬의 일부는 비무장지대(DMZ)에 속해 있기도 하다.

해병대원들의 눈동자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북한의 ‘미국령 괌 탄도미사일 포위발사’ 선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이후 고조된 한반도 위기만큼이나 팽팽해보였다. 


승용차로 5분 정도 달리자 하늘소망교회가 보였다. 


전체 37가구에 불과한 마을 주민 상당수가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오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20여명의 해병대원도 보였다. 


찬송과 기도에 이어 박형희(65) 목사의 설교가 시작됐다.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마음에 품는 젊은이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일촉즉발의 최전선에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이들에게 강한 사명감과 성령의 평화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박 목사는 마태복음 5장 8절을 주제로 한 설교를 마치며 “우리들의 안위를 책임지는 장병들이여, 강한 자부심으로 대한민국을 발전시켜 나가자”고 했다. 


해병대원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박 목사는 매주 이 교회에서 주민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 뒤 이곳에 주둔한 해병대 소대 내무반으로 찾아가 다시 예배한다. 


이날은 해병대원들을 불편한 내무반이 아니라 예배 드리기 좋은 교회로 초청했다.


예배를 마친 이은용(23) 상병은 “군대에 입대해 비로소 교회에 출석하게 됐다. 


하나님을 믿으면서 군 생활이 훨씬 보람 차게 됐다”며 “육체적으로 힘든 건 다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최준혁(21) 상병은 “북한 땅을 이렇게 가까이 보게 될 줄 몰랐다”며 “한반도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집에 계신 부모님, 대한민국 평화를 위해 더 열심히 경계근무를 설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원한 다른 해병대원은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고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뉴스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 북한군의 움직임은 특별할 게 없다”고 전했다. 


김시현(20) 일병은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통일이 이뤄지면 좋겠다.  우리 군인들이 의무를 다하고 국민이 안보태세를 잘 유지하면 통일을 말할 시기가 곧 올 것”이라고 힘차게 말했다. 


무역 일을 하다 50대에 목회자가 된 박 목사는 2001년부터 이 교회를 섬겨 왔다. 2005년부터는 해병대원들의 병영 예배를 인도했다. 


최근에는 박 목사와 크리스천 해병대원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뤄지게 됐다. 


사단 사령부에 종교부지를 제공해달라고 청원했고, 해병대사령부는 이를 허락했다. 부지 39.6㎡의 교회를 짓게 된 것이다. 


“다 지어지면 이 교회는 건군 이래 최초의 소대 단위 교회가 됩니다.”


박 목사는 “크리스천 해병대원들은 병영에서도 ‘이 나라를 안전하게 지켜 달라’고 기도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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