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무대다.JPG

매일 수천명이 어깨를 스치며 바삐 걸어가는 거리. 
가끔 간절한 몸짓과 눈빛이 누군가의 시선을 붙잡는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행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복음적 메시지를 연극으로, 아름다운 노래로 전하는 이들이 있다. 

플래시몹(flash mob), 게릴라 콘서트, 길거리 공연 형식이다. 
길거리에 무수히 뿌려지는 복음의 씨앗(막 4:3∼9)이다.

지난달 22일 오후 4시쯤 서울 영등포구 노량진 학원가. 

하얀 옷을 입은 여성과 검정색 옷을 입은 남성 6명이 인도 가운데 섰다. 
여성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하얀 옷에 붉은 띠를 맨 남자를 향해 손을 내민다. 

여성 옆에는 검정색 옷을 입은 이들이 그녀를 그 남자로부터 떼 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소리는 없다. 

무언극 ‘에브리싱(Everything)’이다. 

에브리싱 주인공은 쾌락 술 담배 스마트폰 등에 중독된다. 
마지막에는 공허감에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한다. 

그 순간 예수님의 영과 사탄의 영이 대결한다.
공연이 진행되는 곳 뒤쪽은 복합쇼핑몰, 앞쪽은 도로. 

공연시간은 단 7분이었다. 

쇼핑몰 투명 유리창으로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하고 웅성대며 내려다봤다. 
차를 몰고 가다 내려 바라보는 운전자도 있었다. 

노량진 학원가 수험생들, 주말을 맞아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삼삼오오 멈춰 이 공연을 봤다. 
에브리싱은 연세중앙교회 청년회가 전도 목적으로 준비했다. 

공연 참가자 홍소라(26)씨는 7일 “사람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켜 짧은 시간 동안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청년회는 수백명이 에브리싱을 본 것으로 추산한다.

올해 1월 중순 서울 인사동길 쌈지거리. 전문 성악가들이 ‘푸니쿨리푸니쿨라’를 부르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노래가 끝나자 앙코르를 연발했다. 

곧 혼잡한 인파와 소란을 뚫고 찬양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주의 작곡자요 지휘자가 주의 오케스트라 앞에 서네∼ 피조물은 정교한 악기 들고 하늘의 무리 환호하네∼.’ 

공연자는 이탈리아 로마 한인교회에 출석 중인 바리톤 이승왕 등 유학생들이었다. 

공연차 방한 중이었다. 

순복음영산신학원이 올해 예술학부 신설을 기념해 학교를 알리고, 일반인 문화사역을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 

당일 공연만 1000여명이 관람했고, 공영 동영상은 유튜브(youtube.com)에서 1만건 가까이 조회됐다. 

이형진 팀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매우 아름답게 본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플래시몹으로 가장 자주 공연된 작품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이다. 

기독교 지성으로 거듭난 이어령 박사는 최근 한 강연에서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예수님처럼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을 위해 살았던 인물”이라며 “가장 기독교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승현(20·신광교회)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청계천 하이서울페스티벌을 비롯해 3차례 레미제라블 플래시몹을 기획했다. 

박씨는 “젊은이들이 아름다운 노래를 거리에서 부르면 신선한 충격을 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대에 오를 상황이 안 되는 음악도들을 인터넷 등에서 모아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서울 잠실역 첫 플래시몹은 호응이 뜨거워 영어 자막 버전까지 만들었다. 

처음에는 40여명이 준비했는데 나중엔 80여명이 참여했다. 

주축은 크리스천이었고, 연습은 신광교회에서 했다.

크리스천의 길거리 공연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12년 12월 부천성만교회 등이 서울역에서 한 캐럴 플래시몹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112만명 이상이 봤다. 

서울 광진교회, 수원명성교회, 대구 남산교회 등은 몇 해 전부터 크리스마스 캐럴 플래시몹 동영상을 제작했다. 

힙합선교단 멘토나 CCM밴드 NCM도 길거리 공연을 종종 한다.

길거리 공연은 복음을 아름답고 편안하게 전한다는 점에서 권장된다. 

추연중 추미디어 대표는 “기독교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에게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최관웅(31) 연세중앙교회 청년회 총무는 “한 사람이 지치고 힘들 때 떠올릴 수 있는 영적 힘이 길거리 공연에 있어야 한다”며 “짧은 시간 한 심령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려면 기도하면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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