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방콕포럼 '한국 선교의 출구 전략' 필요성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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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차 밫콕포럼이 4월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한국선교의 출구 전략’을 주제로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한국교회는 지난 20여년 동안 해외 선교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오늘날 2만여 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선교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최근 여러 선교지에서 선교사와 현지인 간의 미묘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필리핀과 몽골, 태국 등 선교 사역의 열매로 기독교가 성장한 지역에서 현지인들이 스스로 교회를 감당하겠다며 한국인 선교사에게 물러나 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강대흥 한인세계선교사회 회장은 “현지인 지도자가 성숙한 지역에서 현지인들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으니 교회를 맡겨달라는 요구를 듣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같은 요구는 교회는 물론 교단과 신학교, 총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선교 사역을 현지인에게 이양하는 문제는 선교지에 형성된 재산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일부 선교지에서는 선교사가 교회와 학교 등 선교 사역을 위해 모아진 재산을 가로채 물의를 빚은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예장 통합과 합신, 고신 등 주요 교단들은 선교사들에게 선교지 재산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손창남 한국OMF 대표는 “선교 사역을 이양하는 과정에서 재산권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현지인 리더십과 함께 가지 못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일부 선교사들은 선교지 재산을 사유화하기도 한다”면서 “넓은 의미에서 사역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지인이나 주변 선교사들 사이에서 의혹을 사는 경우라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뜨거운 선교 열정으로 수많은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는 한국교회는 최근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선교의 책무를 생각하는 건강한 선교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이제는 선교사를 보내는 일뿐만 아니라 적당한 시기에 선교 사역을 현지인에게 이양하고 철수하는 문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 선교에 관한 주요 이슈를 제시해 온 방콕포럼은 올해 주제를 ‘한국 선교의 출구전략’으로 정하고 선교지 이양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 4월 24일부터 27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9회 방콕포럼은 주요 선교단체 대표와 교단 선교부 총무 등 선교 관련 전문가 28명이 모인 가운데 ‘한국 선교의 출구 전략’을 주제로 진행됐다.
방콕포럼은 한국 교회가 보다 건강한 선교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선교지에 진입하는 단계에서부터 ‘출구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민영 위클리프선교회 국제부대표는 “예수님도 3년 간의 공생애 이후 제자들에게 사역을 맡기고 가셨으며, 사도 바울 또한 한 선교지에서 계속 머무르기 보다 복음을 전하고 다른 사역지를 찾아 이동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한국 교회가 그동안 선교지 진입에만 관심을 두고 선교 사역을 마친 뒤 어떻게 떠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고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출구전략을 고려함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교사가 철수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복음이 전파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일본에서 사역중인 이순구 선교사는 소속 단체가 정한 기준에 따라 일본인 목회자에게 교회를 이양했지만 자립에 실패했다고 경험을 소개했다. 안정된 재정이 공급되는 교회였지만 선교사가 떠난 뒤 교인들이 흩어졌기 때문에 자립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선교사는 “선교사가 떠난 뒤 다음 목회자가 와도 잘 소화할 수 있는 성숙한 교인을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방콕포럼은 특히 선교사와 현지인 모두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교사는 현지 신앙 공동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보다 섬기는 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 미국세계선교센터 전략본부장은 “현지인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알려주고 이끄는 것보다는 현지인들이 그들의 문화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선교사가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콕포럼은 선교 출구전략에 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세미나와 출판 등의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선교 사역을 현지인에게 이양하는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논의의 바탕에는 한국 선교사가 아닌 현지인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일하신다는 인식의 공유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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