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jpg

▲ 이지영 닥터이지치과 원장이 의사 가운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이 원장은 서울 빛과사랑교회에서 10년째 피아노 반주 봉사를 하고 있다.

<닥터이지치과 제공>



서울 ‘닥터이지치과’ 이지영 원장은 노래하는 치과의사다.


2003년, 2006년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내고 ‘이지(EG)’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노래가 아니라 독특한 이력으로 주목받는 데 그쳤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났다.


최근 서울 논현로 병원에서 만난 이 원장은 “그동안 하나님으로부터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 하나님 곁을 지키는 훈련”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본래 음악보다 공부를 잘했다.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32세 때 박사 학위를 땄다.


이어 서울대병원 치주과 전임의, 을지의과대학병원 치과 과장을 역임했고 병원을 개원했다.
닥터이지치과는 임플란트, 라미네이트 등 심미 치료 전문이다.

그러다 가수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2001년 일 때문에 알게 된 음반업계 관계자가 이 원장의 대학 시절 이야기를 듣고 이같이 권했다.
대학 동아리 뒤풀이 때 노래를 불렀는데 합석했던 음반 회사 관계자가 음반을 만들자고 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는 학업을 마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제안을 받았을 땐 공부도 마치고 병원도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이 원장은 가수에 도전하기로 하고 진료 후 저녁마다 노래 연습을 했다. 


곡을 사고 프로듀서를 섭외해 음반을 만들었다.


첫 음반 ‘STORM’은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노래보다 ‘노래하는 치과의사’라는 점이 주목받았다.


의사가 낸 음반이라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도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두 번째 음반 ‘My Favorites’는 이전 것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책도 냈다. 에세이 ‘나는 날마다 발칙한 상상을 한다’를 출간했다.  의사를 보는 사회적인 선입견을 깨고 가수에 도전한 이야기를 담았다.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어정쩡한 삶이었다고 고백했다.


가수로서 의사로서 방송인으로서 저자로서 바쁠 뿐 실속도 보람도 없었다고 했다.
신앙생활은 더 어정쩡했다.


이 원장은 3대째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다.  “앨범을 내니까 사람들이 알아주고 찾아주고 그게 좋았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술도 좀 마시고 ‘이중생활’을 했어요.”
그러다 시련이 닥쳤다.


늦은 나이인 43세에 결혼하고 바로 임신했는데 유산했다.


“처음 임신했을 땐 ‘내가 참 건강하구나’라고 우쭐했어요. 그런데 7주 만에 아기 심장이 안 뛰었어요. 결혼만 하면 쉽게 애를 낳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두 달 후 또 임신했다.


이번엔 10주 만에 유산했다.


그는 성경의 한나처럼 하나님께 통곡하며 기도하고 2015년 9월 시험관 시술을 했다.
7주 후 또 태아의 심장이 멈췄다.


그러면서 지난 삶을 깊이 되돌아보게 됐다.


모태신앙인으로 주일 성수는 기본이고 성령 체험도 여러 번 했지만 당시 그는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이후 이 원장은 기도원에도 가고 영성 프로그램도 참여하며 하나님께로 다가가려 애썼다.
하지만 이어진 시험관 시술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그렇게 잘 어울리던 세상 사람들이 싫어졌다.


술을 조금만 먹어도 술병이 났다.


사람들의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들으면 토할 것 같았다.
2017년 1월 시험관 시술로 임신했다.


그 아이가 3.3㎏으로 분만한 지금 3세의 ‘에스라’다.


“고난이 감사라는 말, 너무 흔해서 이전에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 감사가 진짜네요. 어렵게 아이를 갖지 않았다면 한 생명이 귀한 줄 몰랐을 거예요. 아직도 하나님과 세상, 두 주인을 섬기고 있을 거예요.”


이 원장은 요즘 난임 불임으로 마음고생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면 하나님의 분명한 뜻이 있을 거라고 위로한다.


그러면서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희망을 품으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현재 서울 빛과사랑교회(김명자 목사)라는 작은 교회를 섬긴다.
10년째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다. 이 원장은 다음 앨범 이야기도 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3집을 낼 것이라고 했다.


음반을 내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지 않았냐고 했더니 “내 자리를 지키면 괜찮다. 그래도 히트곡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라며 웃었다.

인물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