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째 노숙인에게 식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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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등을 돌린 노숙인에게 따뜻한 밥 한공기를 대접하며 신뢰와 사랑을 전하고 있는 한 공동체가 있다.
서울 영등포로터리 신길 지하차도 옆에 자리한 밥사랑공동체. 이 곳은 매일 새벽 5시부터 분주하다. 추위에 떨며 밤잠을 설친 노숙인들에게 따뜻한아침식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동이 트려면 아직 한참인 추운 새벽인데 밥사랑공동체 가족들은 인근 새벽시장으로 향한다.
시장 안 상점이 다 문을 열지 않은 이른 시간이지만 밥사랑공동체 가족은 곳곳을 돌며 아침 밥상에 올릴 신선한 찬거리를 찾아보며 장보는 것에도 가진 정성을 다쏟는다.
밥사랑공동체는 쪽방촌이나 쉼터가 아니라 모두 거리에서 생활 하는 이들이 찾는 곳이다.
12년 째 이 곳에서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밥사랑 공동체는 박희돈 목사가 노숙인과 함께 동거동락하면서 만들어졌다.
한 여성 노숙인이 추운겨울 얇은 원피스를 입고 쓰레기통에서 먹을 걸 찾는 모습을 목격한게 공동체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박 목사는 오랜시간 노숙인들과 생활하며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밥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필요한 것을 제공하며 서로가 신뢰를 쌓고, 그런 후에 서로의 어려움을 털어 놓고 이야기하면서 그들에게 희망의 기회를 찾아주는 것이다.
박 목사는 “이들 삶의 어려움을 하나씩 깨달아 가고 또 깨달을 수록 이들에게 더 많은 걸 줘야 겠다는 걸 느낀다”고 전했다.
이같은 이유로 밥사랑공동체는 노숙인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주는 수고를 선택하기로 했다.
아침식사는 새벽부터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인력이나 재정 등 여러가지 제약이 따라 대부분의 노숙인단체들이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노숙인에게 가장 필요한 게 밥이고 밥에는 노숙인이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을 알기에 아침 식사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노숙인이었던 이성호 씨도 밥사랑 공동체를 통해 다시 희망을 찾았고, 이제는 이 곳에서 주방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이성호 씨는”나도 노숙을 해봤기 때문에 이들의 마음을 더 잘안다”며 “모두가 동등하다는 것을 노숙인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오늘도 밥사랑공동체는 노숙인들이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 나갈 수 있는 희망을 밥 한공기에 가득 담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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