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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문득 잠이 깨었다가 어머니의 나즈막한 흐느낌 소리를 들은 적이 몇 번 있었다.


어린시절 나는 그 울음소리에 얼마나 가슴이 아렸던지 내색은 못 하고 자는 척 힘들다가 아침이면 몰래 가서 배개를 만져보았었다.


소리를 죽여 흘리신 눈물에 배게는 축축히 젖어 있었다.


눈 빛 만으로도 자녀들을 훈도하실만큼 강인한 어머니께서 무엇에 그토록 아파하시는 것일까?
 나는 궁금하면서도 감히 어머님께 묻지 못하였다. 


처녀시절 부터 13년간 교편을 잡으셨던 어머니는 참으로 엄하셨고 배움은 높았으나 왠지 경제력을 지니지 못 하셨던 아버지로 인하여 장남 며느리로서 시어머님과 어린 시동생들을 뒷바라지 하시느라  본인은 운동화를 기워 신으셨다.


그에 더하여 사남매를 키우시고 천성이 고고하신 아버지께서 뒤늦게 목회자의 소명을 받들도록 독려하셨으며  학업 뒷바라지와 개척목회와 농촌목회의 동역을 하실 때 얼마나 고초가 크셨으랴.
혹시 남의 눈에 띌까 밤중에 머리에 수건을 둘러쓰고 목재소에 가서 불 지필 톱밥을 이어오고 김장철,  청과시장 뒤안에선 시래기를 주으시고 봄에는 밭 둔덕에서 나물을 케셨다.


그렇게라도 해서 한 끼 밥상을 마련해야 하셨던 어머니는 그 가난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셨다.


그래서 때로 말없이 밤에 우시고 아침이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이셨다. 한국 문서선교회에서 펴낸  ‘어머니 또 부르고 싶은 어머니’속에는 9분의 잊을 수 없는, 늘 불러도 또 부르고 싶은 신앙 선배님들의 어머님 이야기가  실려있다.


박종구 박사님, 변우량 박사님과 정희경 박사님의 어머님을 재외하면 다른 6분의 어머님들은 이미 자신들의 어릴적에  혹은 자녀들을 낳아 기르던 시절에 그리스도인으로 생활하면서 믿음으로 자녀들을 훈육하시고 양육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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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승중 목사님과 김성훈 선교사님의 어머님 외의  다른 모든 어머님들의 이야기는 조선 말기에서 일제 치하 그리고 광복과 6.25동란의 소용돌이를 경험하며 살아오신 나의 할머님 세대 분드이셨다.


나는  유교의 윤리와 기독교적 믿음과 사랑이 어떻게 만나서 그들의 섬김과 나눔, 인내와 사랑으로 피어나 자녀들에게 값진 정신과 태도와 삶을 물려주었는가 깊이 주목하며 보았다. 내 자신도 세 자녀의 어머니로서 읽으며 때로 자신에게 질문하고 비교해 보고 새로운 시대 속에서 변화된 부모교욱의 관점들과 미래를 향해 걷고 있는 나의 자녀들 또 그들이 낳을 손자녀들에게 필요한 어머니로서의 나는 어떠해야 할까를  성찰해 보았다.


서책속에서 말씀하시는 아홉분의 어머님들은 공통적으로 부지런하셨고 새벽을 깨우는 분들이셨다.정직하셨고 성실하셨으머 배움에 열정을 지녔으며 섬김을 실천하셨다.


그리고 강직함과 더불어 자녀를 향한 지극한 모성애를 지닌 분들이셨다.


1.4후퇴로 인해 서로 결별하게 되신 김건철 장로님의 어머님과 아버님, 일찌기 청상과수가 되신 주선애 교수님의 어머님은  고독한 삶을 신앙으로 의연히 이겨내시며 절개를 지키고 믿음으로 자녀를 교육하셨던 분들이시다.


류태영 박사님의 어머님은 심심산골에서 가난 속에서도 부지런히 교회의 허드레일들을 맡아 하시면서 자녀에게 항상 긍정적 말씀으로 (너는 무언가 될 사람, 하나님께선 분명 너를 위해 일하고 계신다 등등)   꿈을 갖게 하셨고 기적을 일구게 하셨다.


비슷하게 박종구 박사님 모친께서도 낙관적이고 미래지향적 사고로 자녀를 자랑스러워 하시며 기쁨으로 교육하신 바 그것이 박사님의 자부심과 자긍심의 원천이 되어 주었다.


또 확신하건대 두 분 다 어린시절부터 동네 심부름과 봉사를 통해 나눔을 가르치신 어머님 덕에 관계의 미학을 일찍 체득하셨다고 느껴진다. 변우량 박사님의 어머님과 정희경 박사님의 어머님은  선비정신으로 뭉친 분들이시다.


' 예' 에 충실하셨고 온 몸으로 ‘불언지교’, 즉 실천하심으로 자녀들을 교육하신 분들로 가난과 역경 속에서도 자녀를 위한 무조건적 희생을 감내하신 분들이셨다.


품위와 체통을 생명처럼 여기던 양반집안 자녀라도 자식의 교육을 위해서는 빙판길에 멸치바구니를 이고 이 집 저 집 장사를 다니시면서도 강추위가  몰아치던  겨울, 교복이 안 말랐다고  투정부리며 도시락도 던져버리고  간 아들을  위해 부뚜막에서 교복을 말려서 발가락에 붕대를 감은 성치 않는 발로  8키로를 뛰어 점심시간에 맞춰 도시락과 함께 교실에 두고가시던 번박사님의 어머님 이야기를 읽을 땐 절로 어머니날 노래에 입에서 흘러나왔다.


선비 가문의 후손이셨던 정희경 박사님의 어머님도  박사님의 어린 시절 여성이 갖추어야 할 가사일들을 철저히 훈련시키신 엄격하신 분이셨으나 자녀들이 어려울 땐 자신을 돌보지 않고 희생하신 깊은 사랑을 볼 수 있다.


하혈로 이불 속 방바닥에 피가 흥건히 고였음에도 오뚝이처럼 똑바로 앉아서 바느질을 마친 옷들을 가지런히 접어 놓고 방 윗목에서 숙제하며 노는 손자녀들을 눈으로 살피며 딸이 퇴근하기까지 기다리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그 강인함과  자기 통제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가끔 책을 읽다가 돌아가 또 읽어 보며 어머니 한 분 한 분을 새기던 중 그래도 9분의 어머님들 중 마음에 평안이 느꺼져 온 분 두 분은 이성희 목사님의 모친 되시는 설귀연 사모님과 주승중 목사님의 모친 되시는 이정남 권사님이시다.


조상대부터 믿음의 유산을 물려 받은 성실한 남편을 만나 기쁨으로 남편을 내조하면서 함께 하는 삶 속에서 자녀들을  기르셨고 슬하의 자녀들이 모두 믿음 안에서 바르게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두 분이라고 고난과 역경이 없는 순탄한 삶은 정녕 아니었을지라도 자녀들이 어느정도 장성하기까지 부부가 함께 동고하셨고 이미 대물림을 받은 신앙인이셨기 때문에 신앙으로 인한 가족간의 마찰이나 고충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 가정이 종교적 통일 공동체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나 자신도 아직 그 축복을 누리지 못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있다. 그럼 이제 아홉분 중에 한 분 ,아직 언급하지 아니한  김성훈 선교사님의 어머님이 계시다.


사실 이 분을 가장 마지막으로 둔 것은  나의 어머님과 연령대가 재일 비슷하시다. 나의  어머님도1930년대에 태어나셨다.


유년과 처녀시절에 예민한 감수성으로 글을 쓰신 것이나 자유분방함과 당당한  기질을 지니신 부분,  남편의 집안을 전도하는 맏며느리의 사명을 감당하신 부분,  늘 집안 경제를 책임지셔야 했던 부분, 남을 돕고 아픔을 나누는 일에 늘 즐거우셨고 교회 세우고 돌보는 일에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하셨던 모습등이 서로 많이 닮으셨다.


다른점은 현제 나의 어머님은 32년 전 아버지를 먼저 한늘나라로 보내시고 홀로 지내시는 것이다. 고난이 많으셨지만  늘 하나님 앞에서 울고 사람 앞에서는 밝고 당당하셨다.


성경말씀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집안 곳곳에 성경말씀이 붙어 있고 기다란 달력 뒷장들은 영낙없이 성경말씀이나 찬송가사를 써서 걸어 두셨다.


그 버릇은 내게도 유전이 되어 나 또한 그리한다. 김소월의 시처럼 산에는 꽃이 피고 꽃이 핀다. 갈 봄 겨울 없이 꽃이 핀다.계절에 상관없이 한 겨울 눈 속에서도 피어날 꽃들은 피어난다. 저마다 자기만의 빛깔과 향기와 모습으로 피었다 지며 씨앗 속에 자신을 남긴다.


나이가 들면서 많은 지인들로부터 엄마 모습이 참 많다는 얘길 듣는다. 정말 듣기 좋은 말이다. 늘 잡을수 없는 거인처럼 내게는 큰 산이셨던 어머니를 큰바위 얼굴처럼 닮고 싶었었다. 그런데 지금은내 딸이 나를 닮고 싶어한다. 지극히 평범한 엄마가 자신에겐  그렇게 대단하단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닮고 싶고  보고싶고 자랑스러운 어머니가 대물림을 하는 이 겹경사가...


이는 필시 우리가 진리의 말씀을 따라 그 안에서 우리의 삶을 가꾸었기 때문으로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처럼 위에 계신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돌감람나무가 참감람나무로 바뀌는 그 모든 과정에 사랑과 헌신으로 자신을 드린 귀하신 부모님들이 계셨기 때문이며 그 또한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하였다.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하와는 모든 산 자들의 어미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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