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jpg

▲  교회개혁 평신도 행동연대 회원들이 11일 인천의 한 교회 앞에서 ‘그루밍 성푹력 의혹’이 불거진 이 교회 목사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경기일보>




최근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루밍 성폭력은 아직 정확한 개념도, 법적 규정도 확립돼 있지 않은 상태이지만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는 만큼 처벌 근거가 새롭게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교회도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루밍은 인천의 한 교회 김모 목사와 충남 논산 여교사가 우월한 지위를 사용한 성적 가해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본격 등장했다.


그루밍 성폭력은 대체로 ‘피해자와 신뢰를 쌓은 뒤 이어지는 성폭력’을 뜻한다.


일반적인 성폭력과 달리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가해자가 연령이 낮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놓인 아동, 청소년 등과 심리적으로 유대관계를 형성한 뒤 성적으로 착취하는 형태를 띤다.


성폭력이 있어도 합의였다고 주장하면 처벌이 쉽지 않다.


교회에서 중고등부와 청년부를 맡았던 인천의 김 목사도 피해자들과 친밀한 관계에서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모두 김 목사를 믿고 의지하던 상태에서 성적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김 목사가 가정 내 갈등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정들을 위로하며 다가왔다”며 “당장 도움을 주는 손길을 뿌리치기는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브리지임팩트의 정혜민(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목사는 “가해 목사는 목사와 성도 사이의 친밀한 감정을 교묘하게 이용해 성적 폭력을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정 목사는 13일 “피해자 중 일부는 한부모 가정이거나 경제적으로 어렵고, 주변 환경이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를 입었다”며 “가해자는 교회 공동체 내에서 피해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회 내 잘못된 신뢰감이 성적 타락이나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목회자들이 자신의 선행에 대해 보상받고 싶어 하는 내면의 욕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때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근 서울중독심리연구소장은 목회자들이 잘못된 신뢰관계로 인해 성도에게 불순한 의도를 가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교회에서 이뤄지는 성범죄 사건은 오랜 시간 신뢰감을 쌓은 뒤 발생한다는 점에서 애초 그루밍의 형태를 띤다”며 “문제의 목회자들은 대부분 성범죄를 저질러도 물의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곤 한다. 냉철한 자기객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병인 한국회복사역연구소장은 성적인 문제를 쉽게 끄집어 낼 수 없는 교회 내 분위기를 짚었다.
그는 “대부분 성범죄는 가까운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 그루밍의 형태를 갖고 있다”면서도 “성적인 고민과 중독에 대한 토로가 금기시되는 교회 안에서 목회자와 성도들이 성적 문제를 털어놓고 해결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복되는 목회자들의 성추문에 대해서는 체계적 교육으로 예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종훈 연세대 연합신학대원 교수는 “신학교 단계에서부터 예비 목회자들에 대한 인성과 윤리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며 “아름다운 성과 그렇지 않은 성에 대한 신학적 설명을 체계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교회 공동체에 알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 소장은 “교회에서 자신의 문제를 꺼내놓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문제를 고백한 성도들에게 수치감을 주거나 조롱하는 대신 이들의 상황을 함께 보듬고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공동체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미션>

특집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