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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포항의 한동대 재학생 10여명이 27일 교내 비전광장에서 학교와 한국교회, 세계선교를 위해 중보기도하고 있다. 학생들 오른편 뒤로 지진 피해 예방을 위한 구조물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코피가 터져도 우리들의 새벽기도는 계속된다!’ 

27일 경북 포항 한동대 정문을 통과하면서 첫눈에 들어온 건 새벽예배를 알리는 문구였다. 

교정에서는 여학생들이 활짝 핀 목련꽃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평온한 대학캠퍼스 분위기였다. 

한동대는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5 지진으로 건물 외벽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임시휴교령이 내려지고 3주 만에 복구했지만 이번엔 다른 데서 문제가 터졌다. 

학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인가 동아리 ‘들꽃’이 외부강사를 초청해 매춘과 다자성애 동성애를 소개한 것이다. 

행사를 주최한 학생은 외부에서 한동대 명칭을 내걸고 다자성애를 홍보했다. 
지난달 해당 학생은 무기정학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운동장 벤치에서 만난 조민서(20·여)씨는 “지진 트라우마 때문인지 기숙사에서 쿵쿵거리며 걸어선 안 된다”면서 “들꽃 관련 사건은 잘 모른다. 학교 생활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고 했다.
 
B씨는 “들꽃 사태로 징계를 받은 학생이 같은 학번인데, 종교적 색깔이 강한 한동대에서 그런 행사를 개최하면 어떤 처벌을 받을지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동성애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장소와 외부환경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처럼 크리스천이 아닌 학생도 다자연애 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때론 자신의 자존심을 굽혀야 할 때가 있는데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대 재학생 3500여명 가운데 비신자 비율은 20% 정도다. 

교수와 교직원 대다수는 학생 징계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김지현 총무인사팀 과장은 “한동대는 국공립대학이 아니라 기독교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학”이라며 “한 사람의 부도덕한 권리를 위해 교수와 학생 다수가 피해를 보는 건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들꽃’ 사태가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학생 징계에 반발하는 일부 교수들이 교수협의회 개최를 요청한 것이다. 

A교수는 “학부 교수들은 이 문제를 불편해하고 조심스러워 한다”면서 “제대로 다뤄야 할 문제인데 학내 분위기가 민감해진 것 같다”고 했다. 

서충모 임시 총학생회장은 “일부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학생 징계가 과도했다는 주장도 있다”면서 “하지만 부모라도 공동체가 정한 법을 자식이 어기면 어쩔 도리가 없다. 
학교는 징계 받은 학생이 잘못된 길에서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교내 현동홀 느헤미야홀 생활관 등 13개 건물 입구에는 지진 발생 시 떨어지는 벽돌을 막기 위한 구조물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22일엔 기숙사생 3000명을 대상으로 지진 대피훈련을 실시했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지진과 다자성애 강좌 사건을 잇따라 겪으면서 창조질서, 성경적 가치 준수라는 학교 정체성이 더욱 선명해졌다”면서 “지진 피해에도 불구하고 입학 경쟁률과 합격자 평균성적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귀띔했다. 

이어 “학교는 징계가 목적이 아니며 학생을 올바르게 지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전광장에선 재학생 10여명이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신학교에서도 보기 힘든 모습이다. 

플래카드에 적혀 있던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인재를 양성하는 하나님의 대학’ 문구와 잘 어울리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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