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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이 내년 초에 주일학교 학생들과 베트남 단기선교를 갈 예정이었습니다. 


거기서 맛난 거 챙겨주려고 스포츠센터 사우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답니다. 교회 운영과 상관없이 아이들 생각에 그렇게 하셨대요.”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세상을 떠난 고 박재용(사진) 목사 얘기를 꺼내던 제천 드림성결교회 김모 집사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습니다. 


그의 담임목사였던 박 목사의 사연에 마음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김 집사는 2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1월에 베트남 단기선교를 떠나는 목사님에게 사례비를 드리진 못했다”면서 “아이들 뭐 사주고 싶어 스포츠센터에서 심야 아르바이트를 한 뒤 바로 새벽예배를 인도하는 생활을 한 달 동안 했다”고 전했습니다. 


단기선교에 나선 교회 아이들을 챙기기 위해 담임목사가 몰래 시급 5000원을 받고 아르바이트했다는 사연은 지난 26일 박 목사의 장례예배 때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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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재용 드림성결교회 목사(맨 뒷줄 왼쪽)와 성도들이 2016년 10월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에서 야유회를 갖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드림성결교회 제공


박 목사 아내와 장모만 알던 이 일이 알려지자 성도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장례식에 참석한 성도들은 박 목사의 아내와 어린 두 딸이 눈에 밟혔나 봅니다. 


김 집사는 “대한민국에서 목회자로 사는 것은 쉽지 않지만 홀로 된 사모 역시 마찬가지로 어렵다”고 했습니다. 


추후 다른 목회자가 부임하면, 아무래도 불편하기 때문에 결국 남은 가족은 그 교회를 떠나게 된다는 것이죠. 


김 집사는 “발인 후 박 목사님 유족 문제를 놓고 성도들과 논의했는데, 우리 교회가 미자립교회라 걱정이 크다”면서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 1학년생인데 대학에 갈 때까지 책임져야 하지 않나. 

그 아이들 대학 졸업까지 한국교회가 도와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 둘째 딸은 아버지가 천국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나 봅니다. 

김 집사는 “아이가 장례식장에 있는 목사님 사진에 리본을 걸며 ‘어, 아빠 사진이네’ 그러더라. 아직 뭘 모르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참사 이후 박 목사가 속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충북지방회엔 초교파적인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충북지방회 전·현직 임원들은 제주, 경기 기흥과 화성, 인천 지역 교회들의 후원과 관련 문의를 받았습니다. 


박찬호 전 충북지방회장은 “최근 제주 지역 몇몇 목사들이 뜻을 모아 드림교회를 위해 써달라며 성탄헌금을 보내왔다”고 밝혔습니다.


충북지방회는 다음 달 2일 회의를 열어 후원금을 전달하고 추후 모금 진행 여부를 논의합니다. 

‘다음세대’를 아껴 남몰래 아르바이트를 했던 박 목사의 자녀들 미래를 위해 한국교회의 온정이 모이길 기도합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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