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이냐 유예냐.

정부의 ‘종교인 과세’ 추진 과정을 두고 교계가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당초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되지 않겠느냐’ ‘미흡한 시행 매뉴얼 때문에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엇갈리는 전망이 정부와 정치권, 교계 내부에 혼재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불교 등 타 종단도 내부적으로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종교인 과세 관련 내용(표 참조)을 제외했다. 

2015년 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을 예정대로 시행할 수 있다는 시그널이 내포된 것이다. 

하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종교인 과세는 할 준비는 갖춰져 있는데 구체적으로 할지 여부와 만약에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시행 여부나 방식을 두고 부담스러운 심경을 애매모호하게 내비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종교인 과세 시행 시점을 2020년 1월까지 늦추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예정된 지방선거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김 의원은 이달 초 주요 교단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30명 가까운 의원들로부터 발의안에 대한 서명을 받았고,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뿐 아니라 교계 내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찬성’ ‘유예’를 요구하는 입장이 갈라지면서 교계 내부의 중론을 모으기가 여의치 않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의 경우, 전국 6개 권역별로 목회자와 실무자 등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종교인과세 설명회’를 이미 마친 상태다. 

예장통합총회 세정대책위 전문위원인 김진호 장로는 8일 “정부가 과세 방침을 밝힌 지 4년이 지난 상황에서 더 이상 늦추기는 쉽지 않은 상황 아니겠느냐”면서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교계 내부의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도 강경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등은 별도의 ‘종교인과세 대책을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대응 중이다.

대응책의 골자는 정부와 종교계가 함께 미흡한 시행령 등을 보완하기 위해 제도 시행을 일정기간 늦추자는 것.

또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사이비 종교 단체 등이 과세 제도를 악용해 ‘유사 종교의 합법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교계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