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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먹먹합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부끄럽습니다.”


17일 오후 10시 서울 송파구의 한 영화관에서 쏟아져 나온 고백입니다. 


이날 상영된 영화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조선의 테레사’로 불린 독일계 미국인 선교사 서서평(본명 엘리자베스 쉐핑·1880~1934)의 삶을 되짚어 보는 다큐멘터리입니다.


32세에 조선 땅을 밟은 그는 조선인들도 멸시하던 고아와 과부, 한센병 환자들을 먹이고 교육했습니다. 


풍토병과 영양실조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엔 자신의 몸을 의학용으로 기증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삶을 보여줬습니다. 


빛바랜 기록물들은 광주 최초의 사회장으로 치러진 그의 장례식에 대해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목 놓아 우는 통곡 소리가 마치 비행기소리 같았다’고 남겼습니다.


22년간 사역하면서 ‘선교사’ ‘간호사’란 이름보다 ‘버려진 이들의 어머니’로 불린 숭고한 삶 앞에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무대 위에선 한국교회 원로들의 신앙적 자책이 이어졌습니다. 


이동원(지구촌교회 원로) 목사는 “무관심 무감동 무기력의 3무(無)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느끼며 살아야 할 진정한 감동이 무엇인지 일깨워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성공이 아니라 섬김으로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 앞에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홍정길(남서울은혜교회 원로) 목사는 눈물을 보이며 “외할머니의 스승이자 동무였던 서 선교사의 은혜를 누리며 살아왔다”고 고백한 뒤 “사랑 섬김 희생 등 기독교 본연의 모습을 되새겨보는 귀한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서 선교사가 광주, 제주 지역에서 펼친 사역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선교사님들로부터 참 많은 혜택을 받았음을 깨달았다”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자신을 더 많이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시사회장엔 50여명의 기독 연예인들도 참석했습니다. 개그우먼 이성미 집사는 “지금 우리가 예수 믿으면서 정말 낮은 곳으로 갈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하는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영화관을 나서며 맞닥뜨린 영화 포스터엔 검정 고무신을 신고 무명 한복을 입은 채 어린 소녀를 등에 업은 서 선교사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조선인처럼’이 아니라 조선인으로 살았던 그의 모습에,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처럼’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크리스천이 많아지길 바라는 소망을 덧대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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