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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천지 신도들이 경기장에 들어서면서 이만희 교주에게 경례를 하고 있다.


반사회적 행태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총회장 이만희, 이하 신천지) 신도 수만 명이 18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 집결했다. 

명분은 전쟁종식 세계평화를 위해 열리는 만국회의. 신천지 전체 신도가 집결하기는 지난 2014년 첫 만국회의 이후 2년 만이다. 

CBS가 2년 만에 다시 열린 신천지 만국회의를 밀착 취재했다. 신천지는 행사장 입장 시 바코드를 동원한 신분확인, 지정좌석에서 이동금지, 기저귀 착용 등 마치 북한을 연상시키는 폐쇄성과 맹목성을 드러냈다. 



◇ 1만 여명 카드섹션 '평화의 사자' 이만희 띄우기..

의장대에 군대 열병식 연상 행진까지


수 만 여명의 신도들은 오전 8시도 채 안 돼 잠실주경기장 주변에 몰려들었다. 


광주와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올라온 관광버스가 경기장 일대를 점령했고, 지하철 역 주변은 파란색과 녹색, 주황색 등 각양각색의 체육복을 입은 신천지 신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주경기장 안에서 행사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더니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행사는 마치 올림픽 개막식을 보는 듯했다. 


신천지 위장단체인 국제청년평화그룹(IPYG)을 필두로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참가자들이 단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 트랙을 돌았다. 


2시 33분 쯤 신천지 이만희 교주와 김남희 압구정신학원장이 등장하자 장내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장내에서는 이만희 교주를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대표로, 김남희 원장은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대표로 소개했다. 


오후 3시가 조금 못된 시각 이만희 교주가 북을 울렸다. 


이내 의장대와 취타대가 행진 하더니 그 뒤에 HWPL 각 지부별(신천지 지파별) 퍼레이드와 입장이 시작됐다. 


퍼레이드는 군대 열병식을 연상시켰다. 각 지부(지파)를 상징하는 체육복을 맞춰 입은 신도들이 ‘우로 봐’ 구령에 맞춰 이만희 총회장과 지파장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열병과 우로 봐 경례는 국군의 날 행사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모습인데 평화를 위해 모였다는 집회에서 군대식 의례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 


입장을 마치고 카드섹션 시간이 되자 모든 메시지는 ‘전쟁 없는 평화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평화의 사자’ 이만희 교주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쟁 이야기부터 시작된 카드섹션은 세계평화를 이루는 ‘평화의 사자’ 이만희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얼마나 오랜 기간 연습을 거듭했는지 1만 여명의 기계처럼 시행되는 집단동작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CBS는 지난 7월과 8월에 폭염 속에도 신도들을 동원해 교주 우상화에 나서는 신천지의 행태를 폭로한 바가 있다.


어린이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노란색 IWPG 유니폼을 착용한 어린이 수백 명과 색동 옷을 입은 어린이들 역시 행사 군무와 노래에 동원됐다. 




◇ "이만희 대표 세계 평화의 서막 열었다" 찬양 노골화


신천지 관계자들의 이만희 교주 찬양은 낯 뜨거울 정도였다. 


김남희 대표는 “HWPL 이만희 대표님의 세계평화선언문으로 평화의 시대의 서막이 열렸으므로 지금까지의 평화의 물결은 오대양 육대주를 덮었다"라고 이만희 교주를 추켜세웠다. 

이만희 교주 역시 자신이 세계평화를 실현할 적임자임을 자처했다. 


이만희 교주는 “이 땅에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를 이루어 후대에 영원한 유산이 되게 하자”며, 자신들이 만든 ‘전쟁종식 국제법’을 각국 대통령과 종교인들이 서명할 것을 촉구했다.



◇ 신천지 만국회의 저녁 8시 넘어서야 마무리..

화장실 곳곳 무더기 '기저귀' 발견


신천지 만국회의 행사는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마무리 됐다. 


이만희 교주와 김남희 대표가 위풍당당 행진곡에 맞춰 트랙을 행진하자 국내외 초청 인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행진에는 공식 석상에서 보이지 않던 이만희 교주의 아내 유모 씨가 이만희 교주 뒤를 따라가 눈길을 끌었다. 


밤 10시가 다 돼서야 신천지 신도들이 대부분 잠실주경기장을 떠났다. 


지방에서 올라온 신도들은 전세버스를 타고 이동했고,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신도들은 지하철로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신천지 신도들이 떠난 뒤 그들이 사용했던 남녀 화장실 곳곳에서 기저귀 뭉치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일부 신천지 신도들이 장시간동안 계속된 만국회의 행사를 위해 기저귀를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 

확인 결과 신천지는 신도들에게 만국회의 참석 지침을 내리면서 기저귀 착용 지령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만국회의 2주년 기념 평화축제 참석 안내>라는 제목의 모바일 지침에는 발신지가 지파본부 행정실로 돼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복장은 지파 체육복 상하의를 입을 것, 준비물은 간단한 요기 거리를 준비 할 것, 개인 상비약과 야외용 방석을 준비 할 것, 기저귀를 착용할 것을 지시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기저귀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디펜스 대형을 1천원에 판매한다는 믿기 힘든 내용도 포함됐다.



◇ "2년 전 만국회의 당시에도 기저귀 착용 요구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


2년 전 신천지 만국회의에 참석했던 탈퇴자 A씨는 수치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A씨는 “2년 전에도 기저귀를 착용하라고 했었지만 수치스러워서 사용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물도 안마시고 음식도 안 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신천지에서는 물도 마시지 말라고 했었다”며, “자리를 비우면 카드 빈자리가 생겨 카드섹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다른 탈퇴자 B씨도 어렵게 입을 뗐다. B씨는 “카드섹션을 위해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동원된다”며, “이들을 생각하면 정말 불쌍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내부 지침에서는 또, 신천지 신도들이 만국회의 행사장에서 신천지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내색하지 말 것을 입단속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취재진이 행사 시작 전 잠실주경기장 주변에서 안내를 하고 있는 신천지 신도들에게 행사 주최에 대해 물었지만 신천지란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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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들이 신천지 비유풀이에 사용되는 생명나무를 표현하고 있는 모습. 2년 전 만국회의에 참석했던 탈퇴자들은 하나같이 기저귀 착용을 강요받은 사실에 수치심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잠실종합운동장 역 부근에서 행사 안내를 하던 C 아무개씨는 “평화행사”라고만 답변했다. 다른 안내자에게 물었지만 그 역시 행사 주체가 신천지란 사실을 숨기고 “HWPL이라는 단체가 전쟁종식이나 세계평화를 기념해서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유니폼을 맞춰 입은 거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지부에서 해줬다. HWPL이라고 인터넷 검색해서 알아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 신천지 만국회의에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경남 진주시을)이 축전을 보내는 가 하면 김남희 대표를 소개하는 프로필 영상에 반기문 UN사무총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소개 돼 시선을 끌었다. 


한편, 신천지 측은 19일 서울 삼성동 I 호텔에서 만국회의 부대행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신천지피해가족연대 회원들이 오전부터 만국회의에 참석한 국내외 참석 인사들을 대상으로 신천지의 실체를 알리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CBS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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