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JPG

▲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로널드 트럼프가 10년 전인 60세 때 복음주의위원회와의 회견에서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드렸다는 고백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막말 논란으로 그의 신앙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집회에서 유세 중인 트럼프.



미국 복음주의 크리스천의 지지를 받고 있는 공화당이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의 저돌적 언행 때문에 전통적 지지기반을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의 품위 없는 막말 언행이 기독교 예전(禮典)과 프로테스탄티즘을 가치로 삼는 백인 보수 기독교인에게 반감을 사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이미 상당수의 복음주의 크리스천이 트럼프의 비상식적 태도에 실망해 역시 감리교 출신 크리스천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69) 후보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따라서 미 교계는 복음주의 크리스천들이 여전히 공화당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있으나 그것이 막판까지 트럼프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하나님의 나라”라는 트럼프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그를 신뢰하지 않고 있는 미 복음주의 오피니언 그룹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을지 등을 전문가를 통해 분석해보았다. 


미국 LA 옥시덴탈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중견 정치평론가인 유창수(42) 글로벌정치연구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오는 11월 8일에 열리는 미국 대선은 ‘게임오버’다. 


백인 보수 기독교인들의 70%가 트럼프를 찍는다고 하지만 공화당 오피니언 리더들이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지 신문과 방송 상당수는 힐러리의 우세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쇼프로그램 12년 진행한 준연예인


지난 70년간 미국 공화당 대선출마의 주인공은 복음주의자의 지지를 받은 주류가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은 비주류 억만장자 트럼프를 후보로 선택했다. 


그러자 정권교체를 위해 칼을 갈아온 공화당의 핵심 인사들은 본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슬슬 발길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를 오리지널 멤버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민주당에 들어갔다가 탈당하고 공화당원이 되기도 합니다. 개혁정당의 옷을 입고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지요. 오락가락하는 트럼프를 누가 믿겠습니까.”


트럼프의 등장은 한편의 드라마다. 재벌기업가이지만 NBC방송국에서 12년 동안 쇼프로그램을 진행한 준연예인이다. 


몰락한 백인 중산층의 불평과 불만을 알고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게 주특기다. 

그의 얘기를 들으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미국 인구 통계에 따르면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대답하는 미국인은 전체의 약 70%다. 

이 중에 개신교인은 50% 안팎, 천주교인이 20% 정도이다. 

개신교 인구 중 60%가 복음주의 기독교인(Evangelical Christian)이다. 


1960년대 이후 미국 기독교는 세속화의 길을 걷는다. 공립학교에서 기도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판결이 촉매제가 됐다. 


73년에는 낙태가 합법화되는 등 기독교적인 가치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60, 70년대에는 대학 캠퍼스에서의 반전 운동, 히피 문화, 마약 복용 경험, 자유로운 성적 관계 등 세속 문화가 급격하게 확산돼 기독교의 영향력이 감소됐다. 



트럼프, '거리의 난장판' 그냥 두지 않겠다


이에 따라 70년대 초부터 기독교 보수 또는 기독교 우파라고 지칭되는 그룹이 생겨났다. 


기독교의 정치 보수화가 교회, 시민운동으로 확산되다가 급기야 공화당 안으로 파고들었다. 


미국의 보수적인 기독교인은 미국을 기독교적 가치와 정신에 의해 건국된 하나님나라라고 믿는다. 


이들 보수 기독교는 76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지미 카터를 지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터 대통령의 반기독교적 정책 등에 반발해 80년 대선부터는 공화당으로 쏠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80년대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그리고 2000년대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기독교적 가치를 실현, 정치에 가장 긍정적인 역할과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공화당은 보수적 기독교인들의 애정이 깊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그 기독교인들에게 어떻게 호소할까. 


트럼프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젠센 프랭클린(멀티캠퍼스 프리채풀교회 담임) 목사는 최근 “장로교 배경에서 자란 트럼프는 부친을 따라 빌리 그레이엄 목사 크루세이드에 참석한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10년 전 트럼프는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드렸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복음주의 유권자들이 실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크리스천)는 미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거리의 난장판을 방관하고 있는데, 더는 방관하며 침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온갖 기행을 달고 다니는 트럼프다. 반기독교 정서도 풍기고 다닌다. 

각종 혐오 발언, 막말 등을 일삼는다. 


미국 남침례교 윤리종교자유위원회 러셀 무어 위원장과 유명 작가 맥스 루케이도 목사도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



백인 복음주의자 10명 중 7명 트럼프 지지


한편 트럼프는 전당대회 첫날인 지난 18일 기독교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존슨법 폐지’를 들고 나왔다. 


미국에서 교회는 재산세와 취득세, 등록세를 면제받는다. 여기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목회자가 설교 중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 면세 혜택을 박탈당할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바로 이 존슨법 폐지를 언급한 것이다. 


친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연방 정부를 향해서는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공화당의 새 강령을 보면 “모든 아이들은 결혼한 엄마와 아빠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성결혼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노력이 가상한 것으로 판단한 것인지 ‘복음주의’라고 자칭한 백인 기독교인 78%(퓨리서치센터 13일 발표)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트럼프의 총기 규제, 테러 방어, 경제 살리기, 이민 정책, 의료보험 개정 등의 정책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했다. 


최근 미 복음주의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크리스천포스트는 25일 미국 백인 복음주의자라고 밝힌 응답자들 가운데 10명 중 7명이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를 했다. 

최근 CNN과 ORC인터내셔널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인 복음주의자 72%가 트럼프에 호감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러한 호감이 실제 투표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미국의 세계적인 건축설계회사 팀하스를 운영하는 하형록 회장은 “일단 여당이나 야당이나 각자 자기네 후보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보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되면 (복음주의) 신앙의 자유가 더 신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베이지역교계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