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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가스펠 헤리티지 매스콰이어스쿨 졸업생들이 지난 2월 졸업 작품 공연을 하고 

있다. 헤리티지 제공



합창(合唱)은 행복한 민주주의다. 


그 속에는 인생과 철학, 세계관이 묻어 있다. 


자기의 감정과 생각, 삶의 얘기를 노래로 표현한다. 

음정이나 박자가 다소 틀리더라도 마음을 전하는 노래는 사람들의 가슴과 영혼을 울린다. 

합창을 하면 벽이 허물어지고 갈라선 마음도 하나로 뭉친다. 


사람들끼리 친해져 갈등과 반목, 질시와 원성도 연기처럼 사라진다. 


“합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합창 단원이라면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듣는 말이다. 

합창의 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은 것이 바로 남의 목소리 듣기다. 


올해로 53년째 지휘를 하고 있는 ‘합창의 대부’ 윤학원(76) 장로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자 찬양대 지휘자인 이의용(62) 국민대 교수, ‘합창단을 위하여’(예솔)를 쓴 홍준철(57) 성공회대 대우교수 등이 강조하는 합창의 기술 제1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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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파트를 잘 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윤 장로는 “독창을 할 때는 마음껏 소리를 질러도 되지만 합창은 다른 파트와 호흡을 맞춰서 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합창은 뛰어난 몇 사람이 아닌, 구성원 모두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야만 아름답게 들릴 수 있다”고 했다.  


요체는 하모니다. 


합창은 세상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비로소 온전해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많이 닮았다. 


아무리 뛰어난 목소리를 지닌 사람도 주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합창단원으론 실격이다. 


자기 소리를 책임 있게 내면서도 다른 사람의 소리를 잘 듣고 융화되는 것이 합창의 근본이다. 


합창은 자기만 잘해서는 안 되기에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고 소리를 섞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합창단 ‘파주 북소리’와 ‘음악이 있는 마을’을 이끌고 있는 홍 교수는 “합창단원이 된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거룩한 일을 하는 것이며, 보다 높은 자기의 완성이자 남과 나누는 사랑의 실천을 시작하는 첫걸음”이라면서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의 행복도 무한 리필되는 것이 합창”이라고 밝혔다. 최고의 합창단원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호흡과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호흡을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걷기와 복근 운동을 하면 된다. 

몸의 힘은 허벅지의 근육과 복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합창단원은 귀로는 자신의 소리와 옆 사람의 소리, 속해 있는 파트의 전체 소리, 다른 파트의 소리, 그리고 종합된 화성을 들으면서 세밀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동시에 눈이 뚫어지게 지휘자를 보고 있어야 한다. 


34년 동안 영락교회 금요직장인예배 성가대를 지휘하고 있는 이 교수는 “합창의 매력은 다른 이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라면서 “타인의 소리를 듣기 전에 자기의 소리가 어떤지에 대해 제대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블랙가스펠 헤리티지 김효식(36) 리더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핵심인 ‘자유’와 ‘평등’과 같이 합창에서도 소프라노와 알토, 테너, 베이스 등 어느 한두 파트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며서 “우리 삶도 이와 같이 ‘사랑’이라는 통일성 아래 ‘다양성’이 존중된다면 아름다운 행복의 하모니가 울려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14년째 윤학원코랄을 지휘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윤 장로는 ‘협조적 방해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독창자가 있다면 그를 질투하거나 미워할 게 아니라 독창자를 돋보이게 화음을 잘 만들어 줘야 한다. 합창은 지휘자를 보며 호흡까지도 같이해야 한다. 가령 열두 마디 호흡을 끊지 않고 가야 할 때 단원들 간에 약속을 해서 분배하여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합창은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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