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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인천 청라지구에 위치한 현대제철 양궁 훈련장. 


지난 해 부터 말라위 양궁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영숙 감독을 만났다. 


박영숙 감독은 지난 6일 선수단을 이끌고 방한해 한 달간의 일정으로 전지훈련 중이다. 


박영숙 감독은 제96회 전국체전을 앞두고 마무리 훈련에 열중인 국내 선수들 틈에서 말라위에서 데려온 두 선수 알레네오(21세), 마크(21세)를 지도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전지훈련 비용을 어렵게 마련한 데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선수들과의 훈련 경험을 통해 선수단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싶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박 감독에게는 한 시간 한 시간이 소중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말라위의 양궁 훈련 시설은 전무하다. 


세계양궁연맹에서 한 달 정도 양궁을 소개한 것이 전부. 

말라위 양궁협회 직원도 1명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양궁 불모지 인 셈이다. 


그곳에서 박영숙 감독은 지난해 3월부터 국가대표팀을 맡아 알레네오와 마크를 비롯해 4명의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 


한 발 한 발 집중해서 활 시위를 당기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알레네오와 마크. 그들의 현재 목표는 내년에 열리는 브라질 리우올림픽 출전이다. 


말라위 빈민가 구물리라 마을 출신인 두 선수는 양궁을 만나면서 비로소 삶의 희망이 생겼다. 

마크는 “양궁은 내 삶과 마음가짐을 바꿔줬다”며, “가족들과 마을사람들, 국가를 대표해 올림픽 출전권을 반드시 획득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레네오는 “한국의 훈련시설이 매우 훌륭하다”며, “한국 코치진들이 많이 가르쳐줘서 고맙고, 열심히 훈련해서 개인 기록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로서 세계 정상의 위치에 있었고, 지도자로서도 성공 가도를 걷고 있던 박영숙 감독이 돌연 양궁의 불모지 말라위 행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뭐였을까? 


박영숙 감독은 단호하게 하나님의 사랑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다음은 박영숙 감독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Q. 2012년부터 이탈리아 양궁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돌연 말라위 행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


- 이탈리아에서 지도자생활을 할 때에는 훈련하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돈과 명예가 생기지만 이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돈이 좀 부족해도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학생 시절 한 잡지와 인터뷰에서 미래의 꿈을 묻는 질문에 양궁 불모지에서 양궁을 전하고 싶다고 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마침 김동호 목사 설교 영상을 접하게 됐는데 말라위를 돕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참가하게 됐다. 

지금은 훨씬 행복하다. 

돈을 바라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Q. 말라위 행을 결정한 뒤에 생사를 넘나드는 큰 수술 받았는데 그 상황에서도 말라위를 가고 싶었나?


- 오래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하나님을 진심으로 만나질 못했었다. 

말라위 행을 결정하고 2013년에 중증 대장무력증으로 대장의 대부분을 잘라냈다. 

이 과정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말라위를 정말로 가고 싶은데 갈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루에도 30차례씩 설사를 하고, 평생 이대로 살아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도를 많이 했다. 몸 빨리 회복해서 말라위에 갈 수있도록 해달라고 울면서 매일 밤마다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그것을 들어주셨다. 

수술할 때에 비해서는 컨디션이 정말 좋아졌다. 

말라위에 간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성령의 힘으로 이끌어 주셨다.


Q. 이탈리아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남을 돕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는데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었나 ?


- 후회는 절대 없다. 

말라위 양궁대표팀을 돕는 열매나눔인터내셔날에 20대 30대 초반의 인턴사원들이 있는데 정말 자랑스럽다. 


왜 나는 저 나이에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같이 일하면서도 정말 존경스러울 때가 많다. 


후회하는 건 없고 왜 진작에 남을 돕고 살지 못했을까 너무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은 삶도 이 일을 계속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구물리라라는 마을은 못 먹어서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에는 양궁을 가르칠 때 아이들이 배고픈데 왜 활을 쏴야 되느냐고 불평이 심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양궁을 통해서 희망과 꿈이 생기면서 정말 열심히하고 있다. 

아이들 몇 명만 희망을 갖는 게 아니라 마을 전체가 희망을 갖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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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전지훈련중인 말라위 양궁 국가대표팀. 왼쪽부터 알레네오, 박영숙 감독, 마크.


Q. 하나님께서 양궁을 통해 말라위에 선교사로 보내신 것 같다. 

어떤 준비과정이 있었나?


- 사실 지난 40년 동안 천주교인으로 살았다. 


그러다가 김동호 목사님을 통해 말라위에 대한 사명이 생겼고, 국내에 돌아와서는 인천 드림교회를 출석하게 됐다. 


2013년에 수술을 받고 회복하면서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6개월 동안 선교훈련을 받았다.

 

딸이 건강상의 이유로 말라위 행을 가장 반대했지만, 지금은 가장 든든한 기도의 후원자가 됐다. 

드림교회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Q. 말라위 대표팀을 지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


-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인데 반해 말라위는 굉장히 느리다. 


화살을 쏘고 나서 표적지 확인하고 빨리 와서 한번이라도 더 쏘기를 바라는 데 모든 행동이 느리다. 

그런 부분에서 많이 인내해야 했고, 때로는 참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내가 미안하다. 


아이들이 지금 한국에 와서 빠른 문화를 보고 힘들어하는 것 같다. 

내가 이 선수들을 더 이해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Q. 지도자로서 성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내년 올림픽 출전 준비는 ?


- 사실 올림픽이 목표지만 쉬운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화살을 잘 쏘는 선수들이 많다. 

와일드카드로 출전권을 획득하려고해도 기본점수 630점을 넘어야 된다. 

현재로선 불가능하지만 기도하면서 나가겠다.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에 없다.



Q. 요즘 하고 있는 기도 제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


- 이번 한국 전지훈련에서는 기술 향상과 체력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건강검진을 했는데 두 선수다 다리 부분이 많이 좋지 않다. 

마크는 어쩌면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알레네오가 무릎을 다쳤는데 건강검진이 끝나고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봤다. 

모든 역경 속에서도 하나님을 알아가는 선수들을 볼 때 감사하다. 

많은 사람들이 말라위 양궁대표팀을 보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올 여름 한 방송에서 말라위 선수들의 모습이 방영되면서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 일단은 저희가 후원금이 모이면 해외 시합 나가는 걸로 사용한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공식 기록이 필요하고, 세계 대회에 출전을 해야 한다. 

후원이 없으면 시합에 나갈 비용 마련이 어려워서 대회 출전이 어렵다. 

일단 후원금이 모이면 국제 시합 나가는 비용으로 사용한다. 

장비도 필요하죠. 


이번에 한국에 와서 양궁 전문 업체 두 곳에서 활과 화살 액세서리를 보조해주기로 했다. 

정말 감사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엑스텐이란 화살이 있는데 우리 선수들은 아직 써 본적이 없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 


비록 상황은 어렵지만 기도하면서 나아간다. 

기도가 많이 필요하다. 기도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


- 인천 드림교회가 말라위 선수들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홈스테이를 자청해 도와주고 계시다. 

작년 10월부터 열매나눔인터내셔널과 함께 NGO활동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석동은 감독이랑 제가 자비량으로 시작했다. 

말라위 선수들이 홀로서고 그 선수들을 보면서 말라위에 희망의 씨앗들이 널리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CBS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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