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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는 호주의 힐송교회 워십팀이 내한 공연을 펼쳤다. 


1만여명 참석자들은 워십팀의 인도에 따라 열정적으로 찬양했다. 


힐송교회는 이번 방한에 앞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유포된 이른바 ‘크리슬람’ 논란 때문이었다.


 힐송교회가 기독교와 이슬람을 통합하려는 크리슬람운동을 홍보하고 있기 때문에 집회는 취소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회 측은 앞서 해명했으나 반대자들은 루머를 퍼 날랐다. 


갑자기 한국교회에 등장한 크리슬람(Chrislam). 


도대체 이 낯선 용어의 정체는 무엇일까.


인터넷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크리슬람은 기독교(Christianity)와 이슬람(Islam)을 합친 단어로 소개됐다. 


이는 종교 혼합주의를 가리키는 용어로, 기독교의 본질이 왜곡되고 변질되는 것을 비판하는 데 쓰였다. 


사이트에 따르면 크리슬람은 우선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발견된다. 


아프리카 특유의 정령신앙의 영향으로 기독교-이슬람 간 혼합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에큐메니컬 크리슬람으로 신학이나 개교회 차원에서 이슬람을 기독교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이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크리슬람은 1970년대 나이지리아에서 시작했던 ‘하나님의 뜻 선교(The will of God Mission)’운동과 연관돼 설명된다. 


테라 텔라라는 신흥종파 지도자가 천사로부터 기독교와 이슬람을 통합하라는 메시지를 받은 데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예배 시간에는 ‘성경’과 ‘코란’을 같이 읽으며 ‘하나님’과 ‘알라’를 같이 부른다고 한다. 


에큐메니컬 크리슬람의 형태는 2007년 7월 전 세계 이슬람 지도자 138명이 당시 교황 베네딕트 16세와 영국성공회 대주교, 기독교 등에 보낸 서한인 ‘우리와 당신 사이의 공통의 단어’와 2011년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이 세계교회협의회(WCC), 로마가톨릭 등과 공통으로 발표한 선교 문서 ‘다종교 세계에서의 기독교 증거’가 사례로 제시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미국 새들백교회 담임 릭 워런 목사는 크리슬람의 전도사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교회가 무슬림 이웃에게 전도하기 위한 ‘왕의 길(the Kings way)’ 사역이 이슬람과 기독교를 통합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교회 측은 2012년 3월 거짓 루머라고 반박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종교혼합주의를 표방하는 크리슬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목회자들은 “크리슬람 운동은 오늘날 교회를 혼란시켜 교회와 교인들을 예수 그리스도에게 멀어지게 하고 떠나게 하는 적그리스도의 영인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거짓말하는 자가 누구냐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 자가 아니냐.”(요일 2:22)  

크리슬람은 선교 분야에서도 등장해 오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슬람 선교 방법의 하나인 ‘내부자운동’이 크리슬람이라는 것이다. 


내부자운동이란 일종의 ‘상황화 선교 방법론’이다. 


회심한 무슬림들이 단번에 자신의 공동체를 이탈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회심자가 이슬람의 종교 관습을 지키며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선교사 중에는 전도를 위해 무슬림처럼 사는 이도 있다. 


내부자운동은 제자훈련이나 교회개척 위주의 선교활동이 많은 한국교회 입장에서는 아직 낯설다.

 

이 때문에 내부자운동을 표방하는 선교학자나 선교사들은 종종 크리슬람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전호진 캄보디아장로회신학교 교장은 “내부자운동은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씀을 삭제하거나 다른 용어로 대체하는 오류를 범한다”며 “상황화 선교는 신학적 타협주의나 혼합주의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A선교사는 “성경번역상의 오류는 시정돼야 하는 게 맞지만 건강한 선교학자들과 선교사들을 모조리 크리슬람으로 비판하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며 “내부자운동으로 수많은 무슬림 회심자가 생겼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크리슬람과 내부자운동을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희열 침례신학대학교(선교학) 교수는 “이슬람 선교 방법인 내부자운동이 복음(형식)을 왜곡시키지 않고 복음의 의미를 살리는 것이라면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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