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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17일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에 자신의 은행계좌를 빌려주는 등 협조한 대가로 81만원을 받은 정모(52) 목사를 구속했다. 

교인 60∼70명을 둔 전남의 한 면소재지 교회에서 목회 중인 정 목사는 자녀 셋을 키우면서 학비와 생활비로 지게 된 빚 2000만원을 갚으려다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2013년 10월 경기도 성남의 A교회 박모 목사는 신도 3명과 함께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받아 챙겼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A교회 신도수가 부쩍 줄면서 교회를 꾸려가기 힘들어지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일부 목회자들이 각종 범죄에 노출되면서 교계 안팎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농어촌 등의 미자립·개척교회 목회자들이 생계형 범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목회 윤리 강화뿐 아니라 기초생활비 지원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중엔 ‘알바’, 주일만 목회…작은 교회들의 현실=서울의 한 상가 교회에서 10명 미만의 성도들을 섬기고 있는 40대 후반의 B목사는 3년째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핸들을 잡아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벌지만, 목회를 하며 기본적 생활을 하는 데도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B목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이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밥벌이를하고 있다”면서 “개척교회로 인한 상처 때문에 딸이 아예 교회를 떠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10년 동안 반지하 상가에서 개척교회를 섬기고 있는 C(52)목사 부부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성도 수가 3∼4명에서 더 이상 늘지 않는 상황에서 생활고가 가중돼 이혼 위기까지 몰렸다. 
가까스로 이혼은 모면했지만 C목사의 사모는 몇 년 전부터 요양원에서 하루 3교대 간병인 일을 하고 있다. 

수입이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되지만 대학생 자녀 둘의 학비를 대기에도 빠듯하다.  
이들 ‘투잡(two job)’ 목회자의 사례는 극히 일부다. 

주요 교단에서 목회자의 이중직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남몰래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게 현장 목회자들의 전언이다. 

대리운전이나 택시기사, 간병인, 마트·세탁소 임시 점원, 목욕탕 세신사 등 직종은 다양하다. 

◇교단 차원의 교육·제도 보완 서둘러야=미자립·개척교회의 궁핍한 현실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교회가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크고 편한 교회’를 찾는 성도들 때문에 대형교회와 중소교회 간 ‘부익부 빈익빈’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성도 수가 많으면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해지고, 교회 시설 등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가 늘어나면서 새신자가 증가한다. 

반면 성도 수가 적으면 헌금 감소, 교회 재정자립도 저하 등이 겹치면서 목회자 및 교역자들의 생활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목회자들의 범죄 연루는 용납될 수 없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이상화 목사는 20일 “(범죄를 저지른) 목회자에게 안수를 준 교단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목회자가 사회적 품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단 차원에서 목회자 윤리 재교육 등을 실시하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농촌선교훈련원 원장 차홍도 목사는 “각 교단들은 목회자들의 최저생계비 보장과 함께 영성 함양 훈련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985년부터 30년 동안 수많은 농어촌 개척교회들의 존폐를 경험한 차 목사는 “(목회자 범죄의) 근본 원인은 교회가 세속·물질주의에 넘어가고 있다는 데 있다”면서 “목회자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면서 이런 범죄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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