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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생활을 경험했기에 힘들게 사는 노숙인들을 볼 때마다 서글픔이 밀려듭니다. 그래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그들 곁으로 다가서려 합니다.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저였기에 더 배려하는 마음으로 노숙인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50대 노숙인이 지역교회의 도움으로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더 큰 이웃 사랑’에 나섰다. 

주인공은 경기도 수원 함께하는교회(백점규 목사)에 출석하는 박성보(52)씨다.  

수원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박씨는 최근 수원중앙교회(고명진 목사)에서 열린 교회 재단 산하 해피투게더 평생교육원(원장 전상헌 목사) 학위수여식에서 전문학사 학위와 사회복지사 2급 자격을 취득했다. 

최근 열린 학위수여식에는 동료 노숙인 150여명이 참석해 박씨의 앞날을 축복했다. 

노숙인들은 학위 가운과 학사모를 번갈아 써보며 부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씨가 노숙인으로 거리를 떠돌게 된 배경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그는 15년 전만 해도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지인에게 큰 돈을 빌려줬다가 떼이는 등 어려운 일이 겹치면서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술로 아픈 기억을 잊으려다 가정불화까지 덮쳤다. 

혼자 집을 나와 10여년간 공장 숙소 등을 전전했다.
 
이윽고 합의 이혼했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거리를 떠돌게 됐다.  
노숙인의 삶은 비참했다. 

추위를 피해 화장실 등 어디든 들어가야만 했다. 

남이 버린 술과 음식을 먹고 담배꽁초를 주워 피웠다. 

무료급식소에서 나눠주는 밥 한 끼를 얻어먹으려 해도 긴 줄을 서야만 했다. 

노숙생활을 시작한 지 4년 정도 지났을 즈음 동료 노숙인의 소개로 교회가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를 찾게 됐다. 

며칠 뒤 예배를 드리다 뜨거운 성령세례를 받았다.  

“쉼터 예배에서 대표기도를 했어요. 그런데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한 마디 한 마디 꺼내놓다 보니 속이 후련해지는 겁니다. 난생처음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어요. 
그래서 ‘예수님 회개합니다’라고 고백하고 닭똥 같은 눈물을 계속 흘렸죠. 착하게 열심히 살아보자는 마음이 생겼어요. 
얼마 뒤 쉼터 추천으로 수원중앙교회가 주는 장학금을 받아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박씨는 요즘 쉼터에서 노숙인 급식과 일손 돕기 등으로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사회복지사로서 버젓한 직장도 갖게 됐다. 

수원중앙복지재단 산하기관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자리가 잡히면 가족들도 다시 만날 계획이다.
박씨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가족들을 생각하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평생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할 각오도 다지고 있다. 

“전에는 몰랐어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을…. 교회가 제 눈을 뜨게 해주었어요. 노숙인 생활로 인해 이웃도 제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되었답니다.” 

박씨는 “며칠 전 수원역 앞 무료급식소인 ‘정(情) 나눔터’에서 배식을 하는데, 할아버지 노숙인 한 분이 나를 알아보고 방긋 웃어줘 기뻤다”며 “장애인과 노인 사역을 착실히 배워 사회사업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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