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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라다이스 로스트' 뮤직비디오 중의 한 장면. 검은 의상을 입은 가인의 안무가 뱀을 연상시킨다.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 가인이 창세기 내용을 소재로 한 솔로앨범 <하와>를 발표했다. 
선정적인 가사와 안무에, 성서 내용을 다룬 만큼 민감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이 같은 대중문화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할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성경을 활용한 선정적 표현 
"너무해"

가인의 새 앨범 <하와>는 뱀의 유혹을 받아 신의 뜻을 거역하고 선악과를 따 먹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여인 하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컨셉트로 제작됐다.

수록된 6곡은 타이틀곡 ‘파라다이스 로스트’를 비롯해 ‘애플’, ‘프리 윌(Free Will)’, ‘더 퍼스트 템테이션(The First Temptation)’, ‘두 여자’, ‘길티(Guilty)’로 성경 속 주제들을 담고 있다.

특히 12일 공개된 타이틀곡 ‘파라다이스 로스트’ 뮤직비디오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팬들의 주목을 받는 한편, 성경을 주제로 한 파격적이고 선정적인 표현 때문에 논란을 일으켰다.

뮤직비디오에서 가인은 몸매가 드러나는 검정 의상에 검정 타이즈를 입고 뱀을 연상시키는 안무를 선보인다. 

뮤직비디오를 본 누리꾼들 사이에선 ‘멋있다’, ‘너무 야하다’, ‘섹시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고 해당 곡은 며칠 새 음악차트 1위를 차지했다.

제작사 측은 가인이 표현한 하와를 ‘신성성과 악마성을 동시에 가진 양면의 여인’, ‘규범을 깨는 저항적이고 능동적인 여인’으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이나 작곡가는 “(종교적인 부분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인류 최초의 여성이었다는 점, 최초의 유혹을 받은 여성이었다는 점을 대중적으로 풀었다”며 “종교를 떼어놓고 하와란 인물을 재해석했다. 

그게 매력적인 얘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반 기독교적인 의도는 절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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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인의 새앨범 '하와'의 자켓 사진. 


일루미나티, 종말론 논란 
"또"

음악에 성서 소재를 활용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종교적 논쟁이 일었다. 
극단적인 일부 근본주의자들은 사탄론, 일루미나티 음모론 등을 주장했다.

‘예레미야’란 예명을 사용하는 인천의 한 목회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관련 글을 올리고 앨범의 공식 발매일과 발표곡 개수를 짜맞추니 666이 되었다고 설명하는가 하면, 뮤직비디오에 일루미나티가 숭배하는 상징물이 쓰였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욕망의 노예가 된 현대인들이 하나님의 말씀보다 원초적 욕망을 자극하는 ‘루시퍼의 복음’에 더 열광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며 “오늘도 사탄 마귀는 가인과 같은 음탕한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나 달콤한 욕망의 열매를 함께 나눠먹자고 유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블로그는 하루에만 1천명 이상의 누리꾼이 다녀가는 곳이다. 

과거 레이디 가가, 싸이의 음악이 열풍이 불던 때도 비슷한 글이 올라가 논란을 빚었는데, 근거 없는 종말론적 세대주의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마케팅 수단일 뿐, 과도한 반응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기독교인들은 이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대중문화가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기독교인들이 왜곡된 종교적 해석으로 이를 인식하고 과잉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장신대 성석환 교수는 “요즘 전반적인 대중문화의 코드가 종교적인 것을 활용해 마케팅을 하는 추세다. 
한마디로 돈 벌려고 하는 거다. 

그것 자체가 그들의 마케팅 수단이기 때문에 볼 필요도 없고, 종교적인 논란을 더 확대해서 홍보되는 데 도움을 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성경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해서 대중가요가 갖고 있는 자유를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대중문화 중에도 건강한 음악이 많은데 일부러 논쟁에 끌고 가서 전반적인 대중문화와 적대적인 관계를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또한 일각에서 확산되는 음모론에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큰 틀에서 볼 때 맘모니즘, 거대한 영적 전쟁이 있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일루미나티 같은 조직적인 음모론으로 비약하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건강한 신학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이 더 안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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