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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전혀 몰랐던 저를 긍휼히 여기시고, 살려주신 것에 대한 보답입니다.”

탈북자 최초로 감리교신학대에서 석사학위 논문을 발표한 안란희(42·여)씨의 고백이다. 

안씨는 지난 1년간 국내 거주 중인 탈북자 170명을 대상으로 기독교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신앙생활 습관 등을 조사해 논문 ‘탈북민들의 기독교신앙과 목회사역에 관한 연구’를 완성했다.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감신대에서 만난 그는 “현재까지 제가 살아 있는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북한 양강도 혜산에 살았던 안씨는 2005년 타의에 의해 북한을 떠났다. 

“지인이 중국에 물건을 팔러 나간다며 동행을 요구했습니다. 마침 저도 생계에 도움이 될까 따라나섰죠.” 그런데 압록강을 건너자마자 상황이 바뀌었다. 

“지인이 저를 속인 것이었죠. 지인이 판다는 물건이란 게 바로 저였습니다.” 안씨는 그길로 중국 인신매매 업자에게 팔렸고, 한 공장으로 넘겨졌다. “1년여 간 노예처럼 온갖 허드렛일을 했습니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이 너무도 보고 싶었지만 돌아갈 수 없었죠.”

남한 귀순을 결심한 안씨는 가까스로 탈출해 한국행을 도와 줄 브로커를 찾아갔다. 

“가진 돈이 없으니 목숨을 담보로 내놓고, 대신 한국에 가서 돈을 벌어 비용을 갚겠다고 (브로커를) 설득했습니다.” 

2006년 초 중국 다롄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새로운 인생을 꿈꿨지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어느 날 집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켠 순간 부탄가스가 폭발했어요. 전신에 3도 이상의 화상을 입었습니다.”

 의사는 유서를 작성하라고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그 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것이 ‘하나님’이란 단어였습니다. 북한과 중국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에 들어와서도 개신교에 반감이 있었던 저였기에 스스로도 이상했습니다.” 

안씨는 돌봐주던 봉사자에게 부탁해 성경책을 구했고, 기도와 성경읽기를 시작했다. 

“어느 날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죠.” 

거짓말처럼 병세는 회복돼 갔다. 

안씨는 2007년 퇴원하자마자 교회를 찾아갔고 신앙생활을 하며 사역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1년여 준비 끝에 2009년 감신대 신학과에 입학했다. 

북한과 전혀 다른 문화에서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님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다.

 “공부하다 보니 저와 같은 탈북자들을 위한 목회전략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그들을 돌보는 데서 끝내지 말고, 하나님의 일꾼으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 기독교인 탈북자들의 실태를 파악하는 연구를 한 것입니다.”

졸업을 앞둔 안씨의 사역 목표는 분명하다. 

“저처럼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면 삶을 하나님을 위해 내놓을 수 있습니다. 남한 내 2만5000여 탈북자들을 양육해 통일 후 북한지역 선교의 선봉자가 되도록 돕겠습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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