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jpg
▲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오른쪽)과 홍재철 직전 대표회장(왼쪽)이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사진)가 오는 23일 경기도 김포 애기봉에 성탄트리를 세우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했다. 

한기총은 성탄트리 설치 계획으로 남남·남북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재고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자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한기총은 18일 서울 중구 동호로 그랜드앰배서더호텔에서 ‘애기봉 성탄트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해 애기봉에 성탄트리를 세우려던 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한기총은 국방부의 허가를 받아 23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애기봉 등탑이 철거된 자리에 9m 높이의 성탄트리를 세우고 점등할 방침이었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남북평화를 염원하면서 애기봉 성탄트리 설치를 추진했는데 오히려 남북 갈등을 자극한다는 오해를 받고 있고 주민 불안감도 극대화되고 있다”며 “예수가 이 땅에 오신 것은 평화 때문인데 이같은 상황에서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를 생각했고 결국 애기봉 성탄트리 설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그련의 서한도 트리 설치를 취소한 배경으로 꼽힌다. 조그련은 지난 7일 한기총에 서한을 보내 “지난 시기 애기봉 등탑과 성탄절 점등식이 반공화국 심리전에 이용돼 북남관계를 악화시킨 온상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진정으로 민족을 사랑한다면 민족화합 등에 한기총이 발 벗고 나서 달라”고 성탄트리 설치 재고를 공식 요청했다.

결국 한기총은 성탄트리 설치를 고집할 경우 내부 갈등과 남북문제 악화 등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보수 교계조차 “9m 높이의 트리를 점등해도 북한에서 보이지 않아 실속이 없다”고 지적한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 대표회장이 국민 눈높이를 중시하는 점에 비춰 주민 및 일부 교계, 북한이 반대하는 이 문제를 강행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성탄트리 설치 취소는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일을 추진하다가 번복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한기총은 10월 말 군의 애기봉 등탑 철거에 대한 대통령의 질타 등이 있자 대표회장이 해외 출타 중인데도 ‘등탑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홍재철 목사)’를 만들었다. 즉흥적 추진이라는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더욱이 한 달여 동안 성탄트리 설치와 성탄트리 높이를 정하는 부분에서 추진위와 한기총 본부간 이견이 계속 나오면서 혼선을 자초했다.

성탄트리 설치 취소로 인해 한기총이 국민성금을 모금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애기봉 등탑 재건립’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될지 불투명해졌다. 

한기총은 “성탄트리 설치와 등탑 재건립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애기봉 등탑 재건립도 북한 도발을 우려한 주민들과 일부 교계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는 한기총의 성탄트리 설치 취소와 관계없이 남북 대립과 지역주민 불안을 이유로 애기봉 등탑 재건립 반대 기자회견을 19일 오후 김포 애기봉에서 갖기로 했다.
<국민일보 미션>

한국노컷뉴스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