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목회.JPG

“노인들이 많이 오면 우리 교회 물 버립니다.”

전북 지역의 한 교회 목회자가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 사무총장 강채은 목사에게 한 말이다.

강 목사가 “교회가 무슨 나이트클럽이냐”고 묻자 그는 “노인들이 많으면 청장년들이 싫어한다”면서 “어르신들 뒤치다꺼리하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목사님도 노인이 많이 오는 게 싫으냐”는 질문에는 “교회가 부흥하려면 재정이 필요한데, 노인들은 일단 돈이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강 목사는 당시 대화 내용을 들려준 뒤 “이 교회는 결국 청장년들도 오지 않아 최근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라도 상당수 교회가 노인들이 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면서 “노인들을 모시고 싶어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교회도 많다”고 말했다.

◇고령 기독교인만 80만명 이상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 성도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에 노인들이 설 자리는 없다. 

노인 목회에 대한 고민이나 준비가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14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 인구 중 12.7%를 차지했다. 

유엔 기준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 중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라고 부른다.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화사회’다. 

한국은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를 향해 가고 있다. 

전남 전북 경북 강원 충남 충북 제주 부산 등 8개 시·도는 이미 고령사회 기준인 14%를 초과했다. 
전북(18.1%)과 경북(18.0%)은 초고령화사회에 근접해 있다.

고령 기독교인들도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국내 총인구는 4704만여명이며 65세 이상 기독교인은 76만여명이다. 

현재 국내 총인구가 50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령 기독교인은 약 81만명으로 추산된다. 

노인사회복지 전문가인 김철영 총신대 교수는 “교회에 노인이 많아졌고 새로 교회를 찾는 노인도 증가했다”면서 “하지만 이들이 세례를 받고 정식으로 교인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노인은 늘었지만 노인을 위한 목회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노인 목회의 부재는 노인에 대한 홀대와 무관심의 결과다. 

이는 은퇴목사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후임을 위해 본 교회를 떠나온 은퇴목사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방치되곤 한다. 

은퇴목사들이 같은 처지에 있는 은퇴목사들과 모임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은수교회(엄도성 목사)에 출석하는 이성재 은퇴목사는 “은퇴목사들이 너무 많이 와 교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점심식사 비용과 설교 사례비를 마련하느라 애를 먹곤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목회자가 은퇴하면 성도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폐지를 주워 생활비를 벌거나 주일예배 마치고 식사한 후 반찬까지 싸가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노인에 대한 편견부터 깨야

교회에 노인들의 설 자리가 없는 원인은 노인 목회에 대한 목회자들의 인식과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노인에 대한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 

보통 노인은 일정한 수입이 없어 가난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금소득이나 자산소득을 올리며 여유 있게 황혼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유가 있는 노인들은 소득 대비 기부도 많이 하는 편이다. 

청장년에 비해 생활비가 적게 들고 미래에 대비해 저축할 필요도 적기 때문이다. 

건강이 좋지 않고 체력이 약하다는 것도 편견이다. 

요즘은 ‘100세 시대’를 이야기할 정도로 건강한 노인들이 많다. 

덕분에 경제적 여유가 있든 없든 자신만의 일이나 역할을 찾으려는 활동적이고 자존감 높은 노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한국교회 봉사 현장에서 노인들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들은 또 완고할 것 같다는 이미지와 달리 복음을 잘 받아들인다. 

청장년에 비해 절대적인 존재,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노인 목회를 소외계층에 대한 목회의 하위 범주로 간주하는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지구촌실버처치세우기운동본부 윤인규 목사는 “노인 목회는 노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 목회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는 목회 사역의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하는 각 교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전략이나 대책을 마련한 교단은 아직 없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지난해 98회 정기총회에서야 ‘저출산고령화사회대책위원회’를 설치했다. 

예장통합 사회봉사부 총무 이승렬 목사는 “앞으로 10년간 고령화사회에 따른 목회의 문제점과 대안 등을 연구하고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사회평신도국 선철규 부장은 “교회 노인대학 활성화를 위해 9년째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지만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전문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선교국장 남궁태준 목사도 “노인들을 위한 목회 전략이 구체적으로 마련된 것은 없다”며 “향후 연구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미션>

한국노컷뉴스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