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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전 목사
<연세중앙교회담임>


"아니, 이게 무슨일 입니까? 권사님이 왜 이런 일을 저질렀습니까?"

모든 정황상 그 권사가 성물 도난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습니다.

그런데 그 권사는 아무소리도 하지 않고 "장로님! 죄송합니다. 제가 덕이 없어서 그렇습니다."라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아니 권사님, 이것이 죄송하다는 한마디로 끝날 일입니까?

당장 당회가 열렸고 권사 파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주일에 공식석상에서 "아무개 권사님! 일어나시오. 무슨 염치로 교회왔습니까? 오늘부터 권사 파직입니다."라고 공표했습니다.

그런데도 그 권사는 안색하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교회를 떠나지 않고 평소와 똑같이 부엌에서 설거지하며 열심히 충성했습니다.

성도들은 그 권사가 너무 뻔뻔하다고 생각해서 어떤때는 교회에 못들어오게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그 권사는 "주님은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고 했습니다. 제게 죄가 있기에 예수님 만나러 왔습니다."라고 하니 가로막을자가 없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거의 10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해, 그 교회에 부흥회가 열렸습니다.

부흥강사가 "회개하라, 살려면 회개하라. 감춘죄도 다 끄집어내라!"고 설교를 하는데 갑자기 그 일을 저질렀던 여자집사가 설교 중에 두 손을 들고 강단 앞으로 나와서 "내가 죄인입니다."라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때 그 권사도 급히 따라 나와 "집사님이 무슨 죄인이야. 내가 죄인이지."라며 그 집사를 강단에서 내려오도록 했지만 그 집사는 뿌리치면서 고백했습니다.

"사실 10년전에 교회 부엌에서 도둑질을 한 사람은 권사님이 아니라 저입니다. 권사님과 마주치는 순간 제가 그냥 도망쳤습니다. 권사님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목사님과 장로님과 성도들도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때 드디어 권사가 집사의 목을 끌어 안고 "집사님! 왜 말했어? 내가 짊어지고 하늘나라까지 가려 했더니 왜 말해?"라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모든 오해가 순식간에 풀어졌습니다.

온 교인이 다 그 권사 앞에 무릎을 꿇고 "권사님!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몰라서 그랬습니다."라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강사가 더이상 설교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이 일로 교회 전체가 눈물 바다가 되면서 모든 성도에게 큰 귀감이 되는 일로 남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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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교회든지 누군가의 잘못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심중으로는 알지만 잘못한 사람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럴때 "그 일을 제가 한 일입니다."하고 내가 십자가를 진다면 잘못한 장본인도 양심이 있으니 어느때에는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교회는 더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분명 쉬운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십시오.

아무리 내가 남의 죄로 인해 누명을 썼다 해도 주님은 이미 그 죄를 사해 주셨습니다.

주님이 그 죄를 사해 주셨다고 믿는다면 내가 십자가를 뒤집어 쓰는 일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야 합니다.

직분자가 누명을 뒤집어 쓰더라도 그 죄를 지고 담대히 십자가를 질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십자가의 진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누명을 벗으려 하지 않습니다.

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로 죄 사함을 받은 자들입니다.

달리 말하면 주님께 누명을 뒤집어 씌우고 죽인자가 바로 '나'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고백이 있는 자라면 담대히 이웃을 위해 십자가를 질수 있습니다.

하지만 십자가를 진 직분자는 죄인취급을 당하며 말도 못할 불명예와 천대를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늘에 상이 있는 의로인한 핍박이요, 주님 나라로 가는 좁은 길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누군가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직분자가 대신 십자가를 짊어지고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대신 짊어지고 내가 죽는 것이 십자가를 지는 섬김입니다.

하나님께서 직분자를 세운 목적은 교회와 성도를 섬기되 십자가를 지고 죽기까지 주님처럼 섬기게 하려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진 직분자는 당시에는 모진 핍박과 중상모략과 멸시천대, 불명예를 당하게 될지라도 하나님께서 그 모든것을 아시니 때가되면 불명예를 다 벗겨 주십니다.

나아가 마지막 날에 부활의 영광을 맞이할 것입니다.

육의 눈으로 볼대는 참으로 불행을 자초하여 멸시천대 죽음으로 마감되는 것 같지만, 신령한 눈으로 볼때는 신앙생활의 최고 상사점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영원히 빛나는 영광을 누리는 것이 바로 십자가 입니다.

      
<계속> 
<연세중앙교회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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