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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독교 가정에서 명절을 보내야 하는 기독교인들은 매년 명절 즈음이 되면 제사 문제로 고민하게 된다. 

유교 풍습에 따른 조상제사와 기독교 추모예배가 상충하는 부분 때문에 적잖은 기독교인들이 신앙적으로 혼란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추석을 얼마 앞둔 시기에 기독교의 효와 제사 그리고 추도예배의 상관관계를 조명한 세미나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우상숭배적 요소는 제거하되, 미풍양속은 살려나가야

기독교교학회(회장 최성규 목사)는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 서울신학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한국사회와 기독교효’라는 주제로 제2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기독교의 효와 제사와 추도예배’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이은선 교수(안양대학교 기독교문화학과)는 기독교의 추도예배에 대해 제기되는 비판들을 중심으로, 한국교회가 풀어가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추모예배와 관련해서 제사가 가지는 가족중심주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고, 절하지 않음에서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그렇지만 절하는 것에 대해 보수적인 교회는 십계명 1, 2계명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이해가 확고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사는 조상에게 예와 정성을 다함으로써 조상을 기리는 것이며 귀신에게 화복을 비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인정한다고 해도 조상신과의 교류를 인정하는 것이고, 한국의 제사에서 샤머니즘의 영향으로 복을 비는 성격이 강한 것도 부정할 수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특히 그는 샤머니즘에 대해 “한국의 기성종교와 접합되어 모든 종교가 샤머니즘의 성격을 가지게 만들었고, 기독교도 그러한 요소가 많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절까지 허용한다면 신학적으로도 한국의 문화적 전통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이 교수는 한국교회가 추모예배를 통해 성도들에게 건전한 신앙과 조상을 공경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제사의 우상숭배적인 요소를 제거한다 해도, 제사가 가지고 있던 효도, 조상기림, 가족공동체 유지의 미풍양속을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지는 중요한 과제”라며 “지금까지 정착돼 온 추모예배를 더욱 기독교신앙에 토대를 두면서 건전한 가족공동체의 형성과 함께 부모님들의 신앙 유산을 이어받는 건전한 삶의 자리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전도 초기 단계에 있는 가정의 경우, 추모예배와 기제사를 병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일부 가족은 믿고 일부 가족은 믿지 않을 때, 믿지 않는 가족들을 위해 장례식을 치를 때 기독교식으로 하거나 추모예배를 드린 후 절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절을 허용하는 등 과도적인 방법이 가능하다”며 “가족구성원의 신앙이 성장하면 추모예배로 점차 통일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발제에 대해 논찬한 박명수 교수(서울신대)는 “조상제사의 가장 중요한 의의 가운데 하나는 바로 가족공동체의 확립이다. 

추도예식은 바로 유교에서 종교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공동체적인 요소는 살림으로써 가족공동체의 의미를 되살리려는 것”이라며 “기독교는 제사제도의 폐지가 아니라 제사제도의 개혁을 주장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그는 “현재 한국사회는 산업사회로 인한 다양한 직장생활과 핵가족으로 인한 가족제도의 변화가 과거와 같은 제사 혹은 추도예식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제사제도를 수용할 것인가 하는 것보다는 변화된 환경 속에서 어떻게 가족을 지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아멘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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