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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입니다!


파릇파릇 온 세상이 준비했던 새 생명을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겨우내 많은 인내와 많은 희생과 많은 수고로 지어낸 새 생명이겠지요.


이파리를 떨어뜨리고 가지도 앙상하게, 그렇게 비우고 줄이고 자기를 가벼이 하면서 나무들은 죽은 듯 보였지만 혹한을 견디고 우리에게 생명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봄과 죽음은… 안 어울리는 조합 같지만 생각해보면 너무나 필연적인 관계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하지만, 그건 생명을 효용성으로 평가하는 세계에서 만들어진 말이지 싶어요.


신학자로서, 신앙인으로서 저는 달리 고백하고 싶습니다. 모든 생명은 생명을 남긴다고요.
 자기를 비우고 나누고 내어줌으로써, 때로는 그것이 자기 목숨일지라도….


안병요씨를 기억하세요?


국민일보 2월 26일자 사회면에서 그에 관한 기사를 읽으며 그 이름을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뛰어난 업적이나 발군의 실력으로 이름을 내었기 때문이 아니에요.


자신의 몸을 내어주어 100여명의 생명을 살려내었기 때문이죠. 서른한 살 꽃 같은 나이였다고 하네요.


수술 후 뇌사판정으로 더이상 회생의 소망이 없게 되었을 때, 환갑의 어머니는 아이 몸에 또 칼을 대는 게 싫었지만 “형이 세상에 뭐라도 남겼으면 좋겠다”는 둘째아들의 말에 결심을 하셨다 합니다.


장기와 피부, 뼈를 포함해서 인체조직을 기증하고 떠난 안병요씨. 그가 내어준 생명으로 다시 봄을 맞은 100여명의 사람들이 착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어머니는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신다 합니다.


네, 기억할게요.


이 봄에… 죽은 듯 사순절을 보내지만 우리에게 새 생명을 허락하신 부활의 기쁨을 알기에 오늘 하루가 소망스러운 이 봄에…


생명을 내주어 생명을 남긴, 그 이름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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