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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중앙)이 12일 한기총 사무실에서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이 12일 한국교회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연합을 이루게 한다는 명분으로 전격 사퇴의사를 밝혔다.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분열에 책임이 있다고 지목되는 홍 회장이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한국교회가 분열을 극복하고 연합과 일치로 선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교황 방한 계기로 한국교회 변화 위해 사퇴"

홍 회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한기총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심오한 결단을 하겠다”며 “새 대표회장이 당선되고 취임하는 날에 대표회장직에서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홍 회장의 임기는 2016년 1월까지다. 

후임 회장 선출을 위한 로드맵도 발표했다. 

오는 16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받은 뒤 공청회 등을 거쳐 다음 달 2일 임시총회에서 보궐선거를 통해 후임을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홍 회장의 말을 종합하면 사퇴 이유는 한국교회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홍 회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온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한국교회가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방한했을 때 성도 50만명, 김수환 추기경이 별세했을 때 50만명이 또다시 교회를 떠나갔다는 예까지 들었다.

교회 내부의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홍 회장은 “지금 한국교회는 비극적인 고난의 행군을 거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형교회는 전부 모순투성이로 깨끗한 교회가 하나도 없을 정도”라고 신랄히 비판했다. 

일부 대형교회에 대해서는 ‘교권주의’ ‘기득권 세력’이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자신의 사퇴는 한국교회의 변화와 자성을 위해서라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통합 물꼬 틀까

한교연은 2012년 3월 한기총에서 탈퇴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등 일부 교단들로 구성됐다. 
한교연은 한기총과 분열하는 과정에 홍 회장의 책임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2011년 한기총 실행위의 개혁정관(7·7 정관) 폐기, 이듬해 홍재철 목사의 대표회장 단독 입후보 강행과 당선 등이 한기총 분열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후 한기총이 일부 교단에 의해 이단으로 지목된 단체를 회원으로 받아들이자 한기총과 한교연의 갈등은 치유가 힘든 지경까지 이르렀다.

한교연은 이 때문에 홍 회장의 사퇴를 교회연합의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다. 

일부 원로들이 중재에 나서자 홍 회장도 “한교연이 한기총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대표회장 직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한교연의 복귀는 실현되지 않았지만 홍 회장이 물러나기로 하면서 연합을 위한 최소 조건은 마련됐다. 

게다가 홍 목사가 회장으로 당선된 뒤 임명했던 최명우 총무도 동반 퇴진키로 해 나름대로 사퇴 진정성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후임 회장 행보에 관심

문제는 한기총과 한교연간 불신이 쉽게 해소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홍 회장은 기자회견장에서 한교연을 “한기총에서 불만을 품고 떨어져나
가 불법을 자행한 단체”로 규정했다. 

또 교회 원로들을 통해 한교연과 접촉했지만 한교연이 일방적으로 대화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한교연 역시 홍 회장의 진정성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한교연 관계자는 “물러난다는 사람이 보궐선거 로드맵을 발표한 것을 보면 사퇴할 의사가 정말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회원로 접촉 이야기도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이단 탈퇴 등의 조치가 없으면 한기총과 통합은 없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다.

결국 교계에서는 후임 한기총 대표회장의 역할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교계 관계자는 “한기총 후임 회장은 교회 분열 책임에서 자유로운 만큼 진정성을 가지고 한교연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한기총 후임 회장과 한교연 차기 회장이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해 연합운동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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