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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지구촌교회 김만풍(65) 목사는 지난 6월 남침례회(SBC) 총회장에 도전했다 아쉽게 낙선했다. 

그는 미국 최대 개신교단의 첫 아시아계 총회장 후보였지만 4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교회도 그의 선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특히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치러진 SBC 총회장 후보 지명 및 선출 과정은 한국교회에 귀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교단 총회장이나 연합기관 회장 등 임원 후보로 등록할 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공탁금을 내야 하지만 SBC는 지역총회 추천으로 후보로 지명되기 때문에 공탁금이 없다. 
매표를 위한 금품수수,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한국교회의 병폐도 찾아볼 수 없다. 

낙선자가 당선자와 협력해 다음 총회를 준비하는 점도 본받을 만하다. 

김 목사는 지난달 9일부터 수차례 본보와 이메일 인터뷰를 갖고 “경쟁보다는 협동에 초점을 맞추고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헌신하는 교단 분위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지구촌교회는 메릴랜드와 델라웨어주 SBC 소속 교회 가운데 주일 출석교인이 1500여명으로 가장 많다.


-총회장 선거에 나선 배경은.

“스스로 후보에 출마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교회가 속한 메릴랜드주 총회의 추천을 받았다. 
총회 관계자가 4월 말 나에게 출마 의사를 물었고 3주 동안 기도한 끝에 총회장 후보에 나서기로 했다. 
5월 말 교단지에 세 후보의 경력과 자질, 섬기는 교회를 소개하는 인터뷰가 실렸다.”

-다른 선거운동은 없었나.

“6월 10일 선거일까지 언론 인터뷰 말고 다른 선거운동이 허락되지 않는다. 
선거에는 1달러도 쓰지 않았다. 다른 후보도 마찬가지다. 
메신저(총회에 파송된 대의원으로 한국의 총대 개념) 중 금품을 요구하는 이도 없었다. 
선거 당일 후보들은 강단에 서지 않는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도 소개되지 않는다. 
교단 내 다른 목회자가 3분 동안 각 후보에 대해 연설할 뿐이다.” 

-한인 목사를 총회장 후보로 세운 이유는. 

“나를 추천한 백인 목사는 지명후보 연설에서 ‘아시아계 후보에게 동정을 베푸는 것이 아니다. 
김 목사는 SBC 총회장에 맞는 자질을 갖췄다’고 말했다. 
우리 교회는 SBC 선교 사역에 1년 수입예산의 4.4%를 헌금했고 1993년부터 최근까지 장기선교사 52명을 파송했다.
이런 점들이 다른 교회와 교단 지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다.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다문화 사역에 노력한 점, 주 총회 사역과 교단 신학대 강사 활동도 인정받은 걸로 알고 있다.” 

-아깝게 2위로 낙선했는데. 

“투표권을 가진 메신저 3553명 중에서 1446명(40.7%)이 내게 표를 던졌다. 
1위와 겨우 388표 차이여서 모두 놀랐다. 
1834표(51.6%)로 당선된 로니 플로이드 목사와 210표(5.9%)에 그친 제레드 무어 목사는 SBC 총회장 출마 경험이 있거나 부총회장을 지낸 경력자들이다.”

-주로 누구의 지지를 얻었나.

“백인 지지 없이 40.7% 득표는 불가능하다. 
SBC 소속 교회의 80%는 백인교회다. 
한인교회는 1.5%로 미미하다. 메신저도 마찬가지다. 
한인 메신저는 50명 정도이고 비(非)백인 메신저를 다 합해도 500명이 안 될 것이다. 
백인 메신저 1000명 정도는 나를 택한 것 같다. 
당선 발표 후 다양한 인종의 메신저들이 다가와 ‘자랑스럽다’ ‘다음 기회를 기약하자’며 격려했다.”

-앞으로 교단 내 활동은

“플로이드 목사는 당선 직후 나와 포옹하면서 앞으로 총회를 위해 협동해 달라고 부탁했고 나도 돕겠다고 화답했다. 
지금 내년 6월 총회를 준비하는 등 구체적 사역을 의논 중이다.” 

-총회장에 재도전할건가. 

“2년 후 여건이 조성되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 가능하지 않겠나. 
하지만 지금은 성실히 목회에 임하면서 지속적으로 교단과 협동할 것이다.” 
김 목사는 총신대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0년 초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한국에서 부목사와 교수로 사역했다. 

한국교회가 분열되는 아픔을 경험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오른손 모르게 왼손으로 힘써 온 아름다운 일보다는 비리와 부패 때문에 사회뿐만 아니라 교계에서도 비난받는 지경에 이른 것이 가슴 아프다”면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흠이 많고 부족한가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우리에게 능력을 주시고 이를 통해 맡겨주신 사명을 감당할 수 있게 하시는 하나님의 권능을 바라볼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아멘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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