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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멘토(Mentor)가 없다. 
최근 정부는 사의를 표한 국무총리를 유임시켰다. 

나라의 멘토가 될만한 이를 찾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지난달 말 따돌림을 당하던 한 병사는 전우를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매일 이 병사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멘토가 있었다면…. 

그는 총 대신 멘토의 손을 잡고 울었을 지도 모른다. 

멘토란 신뢰할 수 있는 현명한 지도자나 상담자를 의미한다.

우리가 속한 직장, 학교, 교회 공동체에는 멘토가 있는가. 

하나님은 우리가 속한 곳에서 의로운 조언자가 되길 바라신다(창 18:25~33). 
또 사람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길 원하신다(골 1:28). 

최근 하나님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아름다운 멘토가 되어준 이들을 만났다. 

그들의 공통점은 사람에 대한 사랑(Love), 관계에 대한 열정(Passion), 예수를 닮은 삶(Life)이었다.


직장에서 삶의 비밀을 묻게 하라

이귀재(62) 전 산업은행 기술평가원장은 30년 가까이 매주 2차례 점심시간을 이용해 성경공부 모임을 인도했다. 

초급 요한복음 공부반, 중급 콰이어트타임(QT)반이었다. 적을 때는 2~3명, 많을 때는 7~8명을 지도했다. 

은퇴 무렵 무역업체 등에서 최고경영자(CEO) 제의를 받았지만 사양했다. 
직장인 선교에 헌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 은퇴 후 네비게이토선교회 지부 직장인팀 간사로 사역하고 있다. 
그에게 멘토링 방법을 물었다.

“좀 손해보고, 더 헌신적으로 회사 생활하려고 노력했어요. 전도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삶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닮기 위해 노력하면 직장 동료가 언젠가 묻겠죠. ‘너한텐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같다. 
그 비밀이 뭐냐’고. 그때 우리가 복음을 전할 수 있어요. 전 그런 동료들에게 성경공부를 권했어요.”

그는 수많은 이들을 전도했을 것 같았다. 

“전도는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지요. 예수님의 제자도 12명 뿐이었습니다. 
제가 성경 공부를 가르친 이들 중에 다른 이를 양육할 정도로 영적 성장을 이룬 사람이 5명 있습니다.”

 그에게도 멘토가 있었다. 

1980년 산업은행에서 선배로 만났던 김용교 현 네비게이토선교회 인천지부 대표였다. 
그를 멘토 삼아 성경 공부한 뒤 하나님을 만났다. 

김 대표가 세운 리더 3명 중 1명이 그였다.

“김 대표는 30대 초반 은행을 떠나 선교회로 갔어요. 다른 한 분은 C국에서 선교사로 사역하는 정재경, 또다른 분은 최봉호 직장인선경공부모임(BBB) 선교회 대표예요.”

질 높은 멘토링의 결과다. 이 전 원장은 직장인팀에서 100여 크리스천 가정을 섬기고 있다. 
그는 QT, 패밀리 타임(Family time), 성실한 직장생활을 강조한다.

“멘토링 관계도 복음이 없으면 피상적 관계에 머물러요. 매일 아침 20~30분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바쁘면 출퇴근하는 차편 안에서라도 5~10분이라도 하길 권해요. 
직장에서는 남보다 더 성실히 일하고요. 
1~2주 최소 한 차례 배우자, 자녀와 각각 데이트타임을 가지면서 대화하고 스킨십하는 게 필요합니다. 

제 아내는 지금도 저랑 카페에서 대화하는 게 제일 좋다고 해요.”(웃음)



청소년에겐 공감, 청년에게 비전

청소년을 만날 때는 공감이 중요하다. 

서울 늘푸른교회는 2012년 말부터 또래랑멘토랑나눔터(또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멘토들은 매주 화요일 토요일 청소년들을 만나 함께 운동하고, 공부한다.

처음엔 멘티 3명으로 시작, 현재는 20여 명으로 늘었다. 

중학교 체육교사인 김상억(42) 집사가 프로그램의 첫 제안자였다.

“학교 학생이니까 지시를 따르고, 학원비를 냈으니까 공부한다는 계약관계에 아이들이 익숙해지는 게 안타까웠어요. 제가 어릴 땐 교회 학교 선생님도 매일 아이들 얘기 들어주고 놀아줬는데 지금은 제약된 시간에만 만나고…. 
우리가 이 자녀들과 함께 항상 있어줘야 합니다. 
아이들이 조건 없이 주고받는 사랑을 경험하도록.”

청년들에겐 정체성을 분명히 일깨워야 한다. “청년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 보면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아요.” 

청년사역단체 청년의뜰(청뜰) 금윤경 대외협력 이사의 말이다. 

청뜰은 다음달 30일 오후 1~6시 서울 관악구 숭실대 형남공악관에서 ‘2014 멘토링코리아-세상을 변화시키는 특별한 만남’ 대회를 연다. 

올해 6년째다.

분야별 멘토 50명이 대학생과 청년 150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심층 멘토링을 한다. 

이종수 한국사회투자 이사장, 최서형 위담한방병원장, 김학주 항공작전사령관 등이 멘토다. 모두 재능기부이다. 

청뜰은 행사에 참가할 멘티와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다(ayacw.org). 

금 이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준 청지기의 사명을 깨닫고 세상을 개척하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교목실 다락방전도협회는 다음달 4~6일 비수도권 지역 중고교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미래캠프’에서 멘토링을 한다. 

안선희 교목은 “소외된 지역의 여학생들이 대학생 ‘언니’와 일대일 멘토-멘티 관계를 맺고 미래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열정으로 만들어가는 ‘인생의 동반자’

서울 온누리교회는 1988년부터 일대일 제자양육 시스템을 마련했다. 

성경 공부를 인도하는 사람은 동반자, 성경 공부를 하는 사람은 양육자이다. 영적 멘토-멘티 관계이다. 

멘토 200여명이 16주 과정의 일대일 성경공부를 진행한다. 

도서출판 토기장이 조애신(49·온누리교회) 실장도 매년 2~4명의 멘토로 활동해왔다.

“제가 10여년전 정희를 만났어요. 책이라곤 한 자도 안 읽고 영화만 보고 분식만 먹는 아가씨였죠.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정희가 저랑 성경 공부 후 변화돼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을 받고 선교단체 훈련과정을 모두 마치고 올해 5월28일 미얀마 선교사로 파송됐어요.
제가 저희 집에 데려다 밥도 먹이고, 월요큐티집회 등에 늘 데리고 다녔죠. 얼마나 뿌듯한 지 몰라요.”

서울 마포구 토기장이 사무실에 만난 그의 얼굴엔 기쁨이 떠올랐다. 

“폐렴으로 앓아누웠을 땐 정희가 밤새 간호했죠. 
선교사로 가기 전 마지막 두달은 저희 집에서 같이 살았어요. 
이젠 멘토-멘티라기 보단 인생의 동반자같이 느껴져요. 
제가 좀 논리적인 반면 정희는 매우 낙천적이에요. 
사람들이 ‘해피 바이러스’라고 할 정도죠. 서로 보완되는 면이 많아요.”

윤정희(44) 선교사와 지난 8일 국제통화를 했다.

“언니(조 실장)는 제 롤모델이 돼 줬어요. 
언니를 만난 게 제 인생의 전환점이에요. 
하지만 사랑과 열정이 없으면 멘토-멘티 관계도 지속되지 않았을 거예요. 
언니가 (절) 인생의 동반자라고 했다고요? 저도요. 하하.”

전화선을 타고 밝고 유쾌한 웃음이 들렸다. 
인생의 동반자 되는 멘토, 힘이 되는 존재가 분명하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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