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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한동대 오석관 3층의 한 강의실. 

기계제어공학부 3학년생 40여명이 ‘고체역학’ 과목 기말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거나 답안지를 써내려 가느라 여념이 없다. 

시험 감독관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칠판에는 시험 시작·종료시간과 담당 교수 휴대전화 번호만 적혀 있었다. 

1995년부터 20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한동대(총장 장순흥) ‘특허’ 무감독시험 현장이다. 

일명 ‘양심 시험’으로도 불리는 무감독 시험은 무수한 사연을 낳으면서 교직원들과 학생들 모두가 자랑하는 학교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례로 한동대 졸업생이 한 대기업에 입사해 부서배치 평가 시험을 치르는데 문제가 너무 어려워 백지로 제출했더니 오히려 원하는 부서로 배치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정답이 없는 문제여서 정답을 적어내는 게 오답이었기 때문이다.

종종 모교를 찾아 후배들을 대상으로 취업특강 강사로 나서는 졸업생들의 메시지는 한결같다. 

한동대의 존재 이유는 ‘정직’이고, 이 가치를 지켜내지 못하면 다른 대학들과 다를 게 없다는 것.
 
강의실 앞에서 만난 이익성(23·경제경영학부3)씨는 “신입생 시절에는 백지 답안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제출하고 나가는 선배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교수님, 다음 학기에 또 만나요’라고 적고 나올 정도로 무감독 시험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무감독 시험’ 외에도 10여년 전 학생들 몇몇이 모여 시작된 새벽기도회는 이 학교의 또 다른 명물이다. 

이날 오전 5시30분 효암채플 별관으로 향하는 길.

 ‘코피가 터져도 우리들의 새벽기도는 계속된다’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지나쳐 건물 3층에 들어서자 40여명이 찬양을 부르고 있었다. 

기말시험 마지막 날이라 평소보다 인원은 줄었지만 한 명, 두 명씩 빈자리가 채워졌다. 
교수와 대학원생들도 눈에 띄었다. 

설교 전 광고 시간. 

한 여학생이 나와 큰 소리로 구호를 선창하자 참석자 모두가 따라했다. “새벽에 벌떡!” 

최연승(20·여·생명과학부2)씨는 “올 초 학기가 시작되면서 공부할 것도 많고 부담이 커서 매사에 집중이 안됐는데, 기숙사 같은 방 언니의 권유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새벽기도 자원봉사자로 4개월 넘게 섬기고 있다. 

한동대는 신학대가 아니지만 공식적인 예배(또는 기도회)가 7가지나 있다. 

평일 새벽예배(새벽기도회)를 비롯해 ‘첫시간’ ‘끝시간’으로 불리는 묵상시간, 점심때의 ‘침묵기도시간’, 매주 금요일 찬양예배인 ‘강물예배’와 주일 오전·저녁 예배 등이다. 
학생들은 수요 채플만 빼고 자유롭게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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