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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쾌 장로


"기쁨과 축하와 축복보다는 슬픔과 원망과 분노가 앞섭니다"

20일 새벽 이스트베이지역 교회협의회 부활절 연합 예배에서 기도순서에 나선 이강원 목사의 기도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회의와 분노를 다스려주시고 희생된 영혼들을 치유해 주시며 이시대의 마지막 희망이 교회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간구하셨습니다.

사순절 고난주간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건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23일 현재까지도 실종자 찾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전국민과 특히 실종자 가족과 친지들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이제는 눈물도 말랐다는 사건현장 현지의 소식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제가 한국으로 역 이민해 서울 생활을 6개월쯤 하고 있을때 이번 세월호와 거의 비슷한 선박 침몰사건이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20년 6개월전의 일입니다.

제가 당시 샌프라시스코 한국일보에 써보낸 칼럼의 제목은 "훼리호 참사 - 침몰된 민심"이었습니다.

207명 정원인 서해 훼리호에는 360여명이 타고 있었으니 분명 정원초과였었고 이를 어느기관도 감시하지 않았었습니다.

그야말로 무성의와 타성에 젖은 것이라고 볼수 있었습니다.

대형참사가 발생한 뒤 검찰과 언론이 속보경쟁을 하는 것도 20년후의 지금일과 같습니다.

높은분들이 허둥지둥 사고현장을 찾는 모습, 그땐 교통부장관과 해운항만 청장이 바뀌었는데 이번에도 그런류가 일어날지는 두고봐야 겠지요.

그때도 가족들의 분노는 파도를 타고 일렁이었는데...

이젠 세월이 흐르고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선 나라가 되었다고 우리는 너나 없이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형 참극은 우리를 비껴가지 않았습니다.

세월호에서 그 완결판을 보는듯 하지 않습니까?

그때나 이번이나 공통점은 기본을 철저하게 무시했다는 사실입니다.

메뉴얼이 실종되고 도덕성 사명감마저 함께 사라진 진도 앞 바다 참사가 너무나 치욕스럽습니다.
어린 학생이 수백명이 한꺼번에 수장되도록 보고만 있어야 하는 어이없는 나라.

세계인들의 시야에서 그저 사라지고 싶다는 이들의 자괴감도 흘러나옵니다.

23일 아침 저의 이메일에는 평소 아는분이 "후진국의 후예"라는 제목으로 한페이지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그러면서 100년후쯤에는 한국인임을 자랑할수 있는 날이 올까?라고 묻고 있었습니다.

선장은 선장다워야 하고 어른은 어른다워야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는데 기본이 망가진 조국의 어두운 미래를 보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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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첨단장비를 들여오면 뭘하나. 사람들이 개조되지 않으면 또 일어날 일들인데.

출세와 이재에 목숨걸고 몰려다녔던 지난날들의 저급함이 나라를 이지경으로 만든것 같습니다.

이지경 속에서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자만하며 부질없는 건배나 외쳐서야 되겠는가?
"책임있는 자들이 먼저 도망하는 나라"라는 절규가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트위터에 올라오는 메세지들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실종자 수색, 선채인양, 검찰수사, 언론의 앞뒤재지 않는 경쟁, 여객선의 안전문제등 어쩌면 이렇게도 20년전일과 똑같은가?

침몰하기 직전의 뒤집힌 선박의 처참한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조국 대한민국의 맨 얼굴은 아닐런지?

허공에 던져보는 자괴스런 질문들로 잔인한 달이라고 하는 4월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본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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