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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샘물교회 교인들 피랍사건은 실제 극한 상황 속에 내몰린 인간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선교와 순교의 개념을 깊숙이 고민케 했다. 

게다가 2003년 이후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피랍된 한국인은 총 65명, 그 중 사망자가 13명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 의미는 더해진다. 

별들의 고향〉등으로 1980년대 한국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이장호 감독이 19년 만에 신작 〈시선〉을 들고 돌아왔다. 
긴 공백을 깨고 만들어낸 영화는 다름 아닌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을 모티브로 한 기독교 영화다.

'맨발의 청춘' 이장호 감독의 기독교 영화 

이장호 감독의 신작 〈시선〉이 3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시사회를 갖고 본격적인 관객몰이에 나섰다.

〈시선〉은 단기선교 현장에서 생사의 기로에 선 9명의 한국인들의 이야기다. 

반군에게 피랍된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 선택을 강요당하며 점차 내면의 위선, 거짓, 불신, 미움, 폭력 등을 드러내게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독교영화라고 해서 기독교인의 심리 세계를 아름답게 포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간, 특히 기독교인들의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적나라하게 그리며 단순히 피랍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근원적인 종교와 인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캠코더에 본인의 이름을 말하는 사람, 신도 대신 먼저 희생을 선택하려 하는 목사, 심리적 공포감 외에도 육체적 고통을 겪는 여성들의 세밀한 묘사까지 인질들만 겪을 수 있는 생생한 고통들이 스크린을 통해 전달된다.

감독은 그러면서 이스마르 리엠립이라는 가상의 나라를 만들어 이 영화가 특정 사건만을 다루지 않음을 강조한다. 

단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임을 인식시켜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의지다.

"캄보디아 현지서 거의 완성, 하나님의 시선으로 이제 영화 만들고파"

여행지에서 갑자기 피랍된 상황을 긴장감 있게 구현해 내기 위해 캄보디아 현지로 날아가 영화의 99%를 촬영했다. 

실제로 촬영지였던 안롱뱅 지역은 2012년 태국과 캄보디아 간의 국경분쟁이 일어나서 교전이 있었던 지역. 

이 때문에 지뢰, 신변상의 안전 문제 등이 항상 스태프와 배우들을 따라다녔다고.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영화의 리얼리티가 더욱 살아났음은 물론이다. 

영화사 측은 “촬영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긴장감과 전쟁으로 인한 황폐함이 영화 속에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녹아들었다”고 전했다.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 인물인 통역 선교사 조요한 역은 관록의 연기파 배우 오광록 씨가 맡았다. 

일명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으로 불리는 〈복수는 나의 것〉〈올드보이〉〈친절한 금자씨〉에 모두 출연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는 오광록은 기존과 전혀 다른 이번 영화를 만나 세속적인 선교사의 내면 연기를 보여주며 다시 한 번 진면목을 확인시켜 줬다.

또한 이번 영화 〈시선〉은 고인이 된 박용식 씨가 마지막으로 열연을 펼친 유작으로 더욱 의미가 깊다. 

사업가 유승학 장로를 분한 그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원숙한 연기를 해냈다.

이날 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장호 감독은 “어느 순간부터 인간의 시각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바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그래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가치를 좀 더 소중하게 변화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영원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살리기 원하는 하나님 시선으로 만들 수 있기를 사모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 감독은 “혹독한 광야 훈련을 겪으며 마침내 우연 같은 필연으로 만나게 된 작품이 바로 이번 〈시선〉”이라고 소개했다.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89분 영상으로 4월 17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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