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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최대 한인교회 가운데 하나인 나성영락교회 은퇴목사이자 미주성시화운동 대표회장인 박희민(76) 목사는 미주지역의 ‘영적 어르신’이다.


LA의 나성영락교회는 갈등과 분열이 만연된 미주 한인 사회의 영적 버팀목 역할을 해 온 교회로 박 목사의 화합과 존중의 목회, 내려놓음의 목회 정신이 흐르고 있다.


최근 선교학자인 임윤택 박사와의 인터뷰집인 ‘사람을 품으라’(두란노)를 펴낸 박 목사는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책 제목 그대로 한국교회가 한 영혼을 사랑하신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 땅의 사람들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 계시는 교회 지도자로서 작금의 한국교회의 상황을 진단해 주십시오.


“오늘날 한국교회는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봅니다.
최근 한국교회는 지나친 물량주의 가치관, 기복주의 신앙, 개교회주의 또는 교파주의, 이원론적 신앙에 함몰되어 있습니다.
한국에 많은 크리스천 정치인과 기업인, 지도자들이 있지만 사회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교회의 기업화, 비리, 지도자의 스캔들 등이 한국교회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한국교회는 사회를 변혁시킬 능력과 영향력을 상실한 듯합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회복되기 위해(본질로 돌아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합니까.


“회개해야 합니다. 한국교회에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새로운 사역의 패러다임을 설정하며 새롭게 출발하는 회개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소망이 있습니다. 영적 각성과 부흥운동은 언제나 회개운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도 회개운동에서 촉발되었습니다. 회개는 성령님이 함께 해 주셔야 가능합니다.
다시 한번 한국 내에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회개운동과 함께 성령운동이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목회는 무엇이며 목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목회는 종합 예술입니다. 한 영혼, 한 인격을 구원하고 보살피며 양육하는 것입니다.
 그 목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반석 위에 지은 집이나 모래 위에 지은 집이나 겉보기에는 비슷합니다.
그러나 비가 오고 홍수가 날 때 그 차이가 나타납니다.
 목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이지 않는 기초를 잘 닦는 것이 어리석어 보여도 바른 길이며 장기적으로 승리하는 길입니다.”


-목사님은 평소 ‘건강한 신앙과 목회’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셨는데 그 이유는.


“저는 성장주의 목회보다 건강한 목회라는 말을 더 애용합니다.
성장주의에 몰두하고 너무 양적인 성장 위주의 목회를 하다보면 목회의 본질을 잃어버리기 쉽고 정도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건강한 신앙생활을 하려면 먼저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고 읽어야 합니다. 설교의 권위와 능력도 말씀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많은 목회자들이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데 게으르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립니다.
두 번째는 기도생활을 잘 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 3가지를 행하다보면 건강한 믿음을 갖고 건강한 목회를 펼칠 수 있습니다.”


-목사님은 균형의 목회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복음과 사회참여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뤄 나가셨습니까.


“우리는 예수님이 보여주신 본질적인 목회를 해야 합니다.
목회의 생명력은 다른 어떤 것보다 예수님의 한 영혼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컴패션·Compassion)을 품는 데 있습니다. 그 긍휼의 마음을 통해 이 땅을 바라보면 자연스레 균형 잡힌 믿음을 지닐 수 있습니다.
교회는 영혼 구원과 함께 문화사역과 사회 참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목사로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진실입니다. 목회자는 매사에 진실해야 합니다. 능력만으로는 몇 년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곧 한계가 옵니다. 이민 목회는 물론 한국의 목회도 말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삶으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진실은 결국 승리합니다. 진실된 목회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후배 목회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공주의 목회를 포기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하나님 앞에 설 때 ‘성공한 목사’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 인정받고 주님이 기뻐하시는 목사가 되기를 원합니다.
목회자들은 바쁜 일상과 성공 프로그램에서 눈을 돌려 진정한 영성을 회복하기 위한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유진 피터슨 목사가 말한 바와 같이 큰 교회 목사가 마치 큰 기업의 사장처럼 행세하는 오늘날 목회 현실에서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일하는 농부 같은 진정한 헌신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목회자의 성공입니다.”


-목사님은 화해와 중재의 달인이십니다.


기독교는 용서와 사랑의 종교인데도 정작 기독인들끼리 작은 일로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해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예수님이 이 세상에 와서 가르쳐 주신 원칙적 교훈이 용서와 사랑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모본 되십니다.
오늘날 예수님을 따르는 크리스천들이 입으로는 용서와 사랑을 외치고 강조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용서와 사랑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옹졸하고 비열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습니다. 진정한 용서와 사랑이 없는 곳에 기독교의 하나님은 계시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예수님을 생각해 봅시다.


자기를 죽기까지 낮추시며 용서와 화해, 사랑의 본을 보이신 그 분을 말입니다.
그분만 생각한다면 우리가 용서하지 못할 것, 사랑하지 못할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한국교회의 위기는 예배의 위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배는 무엇입니까.


“교회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예배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배는 영어로 워십(worship)인데 가치(worth)와 신분(…ship)이라는 단어가 합성된 것입니다. 예배는 존귀와 존경을 받을 가치가 있는 자에게 드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하나님 자리에 두는 것이 예배입니다.


예배는 하나님과 인간의 만남입니다.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신앙 안에서의 응답입니다.
우리의 예배는 섬김과 전도, 선교로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서비스(Service)는 예배도 되지만 섬김, 혹은 봉사도 됩니다. 이는 예배와 섬김이 하나라는 뜻입니다.
예배가 섬김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형식적인 예배가 되고 맙니다.


예배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선포하는 선교로 이어져야만 합니다.”

 

<국민 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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