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01.jpg

▲ 김화경 목사가 왕성교회 세습반대 1인 시위를 열고 있다.


감리교가 최근 세습방지법안을 통과시켜 교계는 물론 일반 사회에서도 목회 세습을 막기 위한 교계의 자정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왕성교회(담임목사 길자연)가 7일 주일 오후 공동의회를 열어 담임목사직 세습을 결의해 파장이 일고 있다.
왕성교회는 7일 오후 3시 30분 세례교인 이상이 참석하는 ‘후임 목사 청빙을 위한 공동의회’를 열어 길자연 목사의 아들인 길요나 목사를 후임 목사로 결정했다.
그러나 공동의회 투표 결과, 결의에 필요한 찬성표를 간신히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 1,530명 가운데 1,035명이 찬성해 후임 목사 결의에 필요한 3분의 2인 1,020명보다 15표를 더 얻은 것. 찬성률로 보면 3분의 2에 해당하는 65%를 간신히 넘긴 70.1%다.
반대표가 예상보다 많은 441표가 나오면서 상당수 교인들이 세습을 반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측은 이날 3층 본당 앞에서 교인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한 뒤 출입증을 내주면서 입장시키는 등 엄격한 통제 아래 공동의회를 진행했다.
교회측은 취재진 등 외부인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냈으며, CCTV 화면 등 교회 건물 밖으로 송출되는 교회 자체 방송도 전면 중단한 채 투표에 들어가 취재진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예장합동총회 소속인 왕성교회는 만 여 명의 교세를 가진 초대형교회 가운데 하나로, 담임목사인 길자연 목사는 예장합동총회 총회장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지낸 바 있다.
왕성교회 담임목사 최종 결정은 왕성교회가 소속된 평양노회에서 결정한다.
평양노회는 오는 15일과 16일 이틀간 분당중앙교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왕성교회 앞에서는 이날 목회 세습에 반대하는 1인 시위가 계속됐다.
같은 교단 소속인 김화경 목사는 이날 오전 세습 반대 1인 시위를 갖고 “길자연 목사는 그릇된 자식 사랑을 버리고 한국교회 앞에 모범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김 목사는 “세습은 북한체제 집단인 김정일과 김정은이나 하는 행위”이라면서 "교회를 개인 사업체로 알고 있는 길자연,길요나 목사의 교회 세습을 당연히 부결시켜 한국교회를 살려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부도 이날 오후 시위를 갖고 "목회 세습은 한국교회를 부끄럽게 하는 범죄행위"라면서 “시대에 역행하는 세습 행위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방인성 목사는 피켓 시위를 통해 "교회세습은 맘몬 물질의 우상을 섬기는 하나님의 배교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방 목사와 김 목사는 시위과정에서 일부 교인들과 가벼운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편, 최근 금란교회 세습을 강하게 비판했던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겨우 15표를 더 얻어 통과를 한 것을 보니 결과가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70%의 찬성률로 안정적인 목회를 하기를 어렵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다른 교회는 세습을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중견 목회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미래목회포럼도 5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형교회 세습문제는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라면서 “세습을 시도하려는 어떤 행위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래목회포럼은 “교회세습은 목회자의 사적 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공교회를 사교회로 전락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목회 세습을 막기 위한 교계의 자정 노력이 높이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 왕성교회 세습 결정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교계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