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복음 전도지 義手화가 석창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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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창우 화백과 정기섭 집사가 함께 만든 영문 전도지 4장. 왼쪽부터 큰 주제를 '마지막 주자'(행 20:24), '감사'(요 3:16), '죽복'(요 12:24), '동행'(창 28:15)으로 정한 뒤 관련 영문 성경을 기록했다. 죽복은 '씨가 죽어야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다. 이 전도지는 런던 올림픽 기간 현지에서 배포된다.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당하면 절망하거나 세상을 향한 분노에 휩싸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의수(義手)화가 석창우(57·서울 동산교회·사진 왼쪽) 화백은 달랐다.
그는 전기기사로 일하다 1984년 감전사고로 양팔과 발가락 일부를 잃었지만 “신앙 때문에 전혀 좌절하지 않았다”고 했다.
“기독교인들은 저마다 달란트(타고난 자질)가 있는데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낙심하곤 합니다.
하나님은 내 달란트를 사용하게 하시려고 팔을 가져가신 것 같습니다.”
22일 만난 석 화백에게선 ‘믿는 자의 여유’가 한껏 느껴졌다. 본인이 다친 이유가 하나님이 길을 찾아주려 하신 것임을 알게 된 뒤부터는 삶의 계획을 따로 세울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다.
그는 1988년부터 의수로 붓을 잡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의수의 갈고리에 붓을 끼우고 온몸을 움직여 그리다보니 남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자신만의 선(線)이 만들어졌다. 그는 20여년이 지난 지금 ‘서예 크로키’라는 독창적인 화풍을 개척한 중견화가로 우뚝 섰다.
그동안 30회가 넘는 전시회를 국내외에서 열었다.
“사람들은 계획을 많이 세우지만 계획대로 되는 건 별로 없어요. 무엇을 할까 고민할 필요 없이 하나님이 정해놓으신 프로그램에 동참하기만 하면 됩니다.”
지난해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2018 동계올림픽 실사단 앞에서 힘찬 붓놀림을 시연했던 석 화백은 이번엔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영국 런던에서 세계 각국 사람들에게 서예 크로키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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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동계올림픽 실사단 앞에서 김연아의 엑셀장면을 서예크로키로 그리고 있는 석창우 화백. 그림 옆에 반드시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막 9:23)는 성경구절을 기록한다.


대한체육회의 초청을 받아 로열템스요트클럽에 마련된 팀코리아하우스에서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매일 두 번씩 시연하기로 한 것. 이 또한 ‘하나님의 프로그램’에 따른 과업이다.
석 화백의 런던행에는 복음광고 제작자 정기섭(49·일산 충신교회·사진 오른쪽)씨가 동행한다.
광고회사 제이애드 대표인 정씨는 석 화백의 그림으로 만든 복음광고 전도지를 가져가 지구촌 사람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정씨는 “영국을 묵상하면 146년 전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하다 대동강변에서 순교한 토머스 선교사가 떠오른다”면서 “교회가 쇠락하고 있는 유럽을 이제 우리가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이 같은 문서선교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사업 실패로 자살까지 생각했으나 프랑스 칸국제광고제에서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메시지를 간명하게 보여주는 작품 하나를 보고 회심했다.
2010년부터는 일반 상업광고 사업을 접고 복음광고만 만들고 있다.
정씨와 석 화백은 서로 알게 된 지 2개월밖에 안 됐지만 신앙이라는 공통분모로 순식간에 의기투합했다.
석 화백은 정씨의 복음광고 제작에 선뜻 동참한 이유에 대해 “내가 직접 전도할 자신이 없는데 작품을 통해서 전도할 수 있다니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석 화백은 이번 런던 시연에서 소녀시대와 같은 K팝(한국 대중음악) 스타의 율동, 운동선수의 몸짓 등 역동적인 움직임을 붓으로 표현할 계획이다.
또 작품마다 낙관 글로 성경말씀을 적을 생각이다.
온몸을 움직여 그림을 완성한 뒤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막 9:23)와 같은 희망적인 구절을 적어 넣는 식이다.
시연을 보는 이들에겐 큰 은혜와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다. 석 화백은 “기독교 신자로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서 이렇게라도 성경말씀을 전하는 것뿐”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25일 런던으로 떠난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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