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독침 피습, 구체적 사고경위 없어 의혹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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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강호빈 목사의 생전 모습.


중국에서 대북(對北) 인권활동을 펼쳐 온 강호빈(58·사진) 목사가 지난 27일 북중 접경지역인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강 목사는 지난해 8월 독침(毒針) 공격을 받았다.
중국 당국은 강 목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교통사고의 뚜렷한 경위를 밝히지 않고 있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 당국 사고원인 안 밝혀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본부 관계자는 이날 "현지 소식통으로부터 강 목사가 지난 27일 오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강 목사의 유족들이 조만간 중국 현지로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총회본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강 목사는 일요일인 지난 27일 오후 2시쯤 지린(吉林)성 옌볜의 중심 도시인 옌지(延吉)의 한 교회에서 목회를 마치고 혼자서 차를 운전해 다른 교회로 이동하던 중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버스와 정면 충돌해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 목사와 가깝게 지낸 한 선교사는 "중국 공안은 '강 목사가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만 할 뿐 버스 운전기사의 신원을 비롯해 구체적인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른 선교사는 "현지 소식통으로부터 '강 목사의 차량과 충돌한 버스 안에는 운전사만 있었고 승객은 한 명도 없었다' '사고 현장에 버스의 잔해조차 없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우리 정부가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탈북자 단속 강화 시점에 발생
10년 넘게 옌볜에서 대북 인권활동을 해온 강 목사는 지난해 8월 22일 옌지의 한 주차장에서 괴한으로부터 독침 테러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었다. 강 목사는 이 사건에 대해 "주차장에서 차 트렁크를 열었는데, 뒤에서 누군가 다가와 주사기로 옆구리를 찔렀다.
3~4일 후에 병원에서 깨어나 의사들로부터 내 몸속에서 독극물이 발견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고 한다.
그가 독침 테러를 당하기 하루 전인 작년 8월 21일에도 다른 한국인 선교사(46)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한 백화점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중 갑자기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북 소식통은 "당시 숨진 선교사의 사인(死因)에 대해 현지 병원 의료진이 독극물 중독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 없이 사건이 종결돼버렸다"고 했다.
원양어선 선장 출신인 강 목사는 10여년 전 북한과 근접한 옌볜으로 들어가 선교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8월 독침 피습 직후 신변 위협을 느낀 그는 잠시 한국으로 나와 있었지만 올해 초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혼자 옌볜으로 다시 들어갔다.
특히 이번 사건은 중국 옌볜 공안국이 이달부터 10월까지 5개월간을 불법 월경·체류·취업 외국인 집중 단속 기간으로 정해 탈북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간 시점에서 발생했다.
옌볜에는 현재 탈북자와 불법 취업한 북한 주민 1만~1만5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강 목사는 옌볜 내에서도 두만강변과 가까운 곳에 총 28개의 교회를 개척했다"며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부터 탈북자들에 대한 감시와 강제 송환을 한층 강화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강 목사의 활동이 눈엣가시였을 것"이라고 했다.
<크리스천노컷,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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