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림교, 신도 승소 힘입어 교리 정당성 주장에 악용할 수도.. 교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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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4일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신자의 시험일정 변경 청구를 처음으로 받아들였다. 사진은 서울에 있는 한 재림교 건물.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재림교) 신자가 종교적 이유를 들어 요청한 로스쿨 면접시험 일정 조정을 대학이 거부하고 불합격 처분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림교는 한국의 주요 개신교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을 비롯해 예장고신, 기독교대한감리회 등에서 이단 단체로 규정한 곳이다.

 교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종교의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자칫 또 다른 이단 단체들의 교리 정당성을 옹호하는 잣대로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4일 재림교 신자 A씨가 전남대 총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학교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이 재림교 신자의 시험일정 변경 청구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면접평가의 경우 개별면접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면접시간만을 변경할 수 있다"며 "면접시간을 변경한다 해도 제한되는 공익이나 제3자 이익은 원고가 받는 불이익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이에 따라 면접일시 변경 거부는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재림교 신자들이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부당하게 차별받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청의 헌법상 의무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2019년 전남대 로스쿨에 지원해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하지만 면접 시간이 토요일 오전으로 지정되자 재림교 주요 교리에 따라 '토요일 해가 진 뒤' 면접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로 이의신청을 냈다.

 전남대 로스쿨은 이를 거부했고 A씨는 면접에 응시하지 않아 불합격했다.

 재림교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안식일로 정하고 내부적으로 직장·사업·학교 활동이나 시험응시 등을 금지하고 있다.

A씨는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A씨)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학교의 불합격 처분 취소 판단을 내렸다.

교계는 법원이 종교적 신념에 대한 가치를 인정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왜곡된 성경관 등 이단 단체들의 교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게 이단 전문가들의 견해다.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원에서 '종교의 자유'를 주요 판결 요인으로 판단한 점은 정통 개신교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단 단체의 반국가·사회적인 문제까지 총괄적으로 둘러본 뒤 판결을 내리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세상 법정의 판단을 통해 잘못된 성경 해석관 등에 대해 정당성을 획득하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림교 출신인 강경구 다산비전교회 목사는 "재림교는 안식일인 토요일을 절대시한다.

 되레 주일(일요일)을 지키는 자들은 '짐승의 표'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통 기독교를 비난한다"면서 "대법원 판결로 이들이 교리를 방어하기 쉬운 환경으로 편승할 수 있을뿐더러 공세적인 포교 등의 파장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토요일을 안식일로 삼는 다른 이단 단체에서도 이 같은 판례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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