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헌법 세계 첫 낙태의 자유 명시 후폭풍·교계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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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여성의 낙태권(임신중지권)을 헌법으로 보장하면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프랑스의 개헌으로 유럽 전역을 비롯해 서구와 나아가 한국에서도 낙태권을 주장하는 요구가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입법 공백 상태다.

프랑스의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여성의 몸은 여성의 소유이며 누구도 여성의 몸을 대신 처분할 권리가 없다"며 '임신 중지에 대한 자유'를 언급했지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1:28)는 성경적 가치관에서는 창조섭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결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교계 안팎에서는 개헌을 두고 "문명의 퇴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낙태권'이 쏘아올린 불길 어디로

6일 프랑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개헌안이 통과된 직후 프랑스 복음주의개신교위원회(CPDH)는 "낙태 합법화는 명백한 윤리적 후퇴다. 낙태 거부로 발생하는 문제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개헌은 2022년 6월 미국의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의 반작용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미국은 1973년 헌법 14조 '사생활을 누릴 권리'를 근거로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뒤집었다. 

미국은 독립 행정구역인 워싱턴DC를 제외한 50개주 가운데 24개주가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친'낙태 행보는 미국과 상반되는 가운데 낙태 이슈는 올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쟁점은 생명이냐 자유냐다. 

현재 공화당과 유력 대권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를 반대한다. 태아의 생명윤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권 찬성에 힘을 싣고 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이미 2022년 중간선거에서 큰 수혜를 입었다. 

당시 일부 여성과 진보 성향 유권자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한쪽 진영에 몰표를 던지면서 민주당의 승리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바이든은 재선에 성공하면 낙태권 불허를 '여성의 자유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낙태권을 보장하는 연방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맞서 공화당과 트럼프는 '15주 이후 낙태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복음주의 기독교인과 화이트칼라 백인층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유럽과 북미의 대표국가들 사이에 논란은 인근 국가들의 관련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낙태권 찬반을 둘러싸고 논쟁이 발발하는 즉시 편이 갈리고 법·제도 변경에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낙태합법화, 출산·가정질서 붕괴

교계는 프랑스 개헌을 두고 "문명의 퇴보, 생명의 퇴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상원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는 "성경은 임신 순간부터 태아를 독립된 생명체로 간주한다"며 "시편 51편 5절에서 다윗이 잉태하는 순간 자신을 '나'라는 인칭대명사로 호칭하는데 이는 영혼을 가진 독립적 주체에 대해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태아는 여성의 소유물이 아니며 낙태권은 임신부와 독립된 생명체인 태아의 생명을 침탈하는 것에 가깝다는 입장인 것이다.

문지호 성산생명윤리연구소 부소장은 "낙태 합법화는 생명경시를 법으로 못박은 사례"라고 지적하면서 "생명 퇴보를 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저출산 문제를 야기하고 가정의 질서·부부간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낙태권과 행복추구권은 별개의 영역"이라며 "낙태는 태아가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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